과거 복싱은 최고의 인기 종목이었다. 세계챔피언을 여러 명 배출했고 TV에 타이틀전이 방영되면 옹기종기 모여서 한목소리로 한국 선수를 응원했다. 저변이 넓었던 복싱은 프로 타이틀 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들까지 좋은 성적을 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번 대회 전까지 복싱에서만 금메달 56개를 땄고,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었다.
▲ 위기의 복싱…활로를 찾다
그렇지만 2000년대 들면서 한국 복싱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위험한 스포츠라는 인식과 함께 복싱을 하는 사람도, 복싱을 즐겨보는 사람도 줄었다. 관심이 줄어들자 남은 건 추락 뿐이었다. 한국복싱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올림픽 금메달이 없고, 아시안게임에서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개의 금메달 이후 계속해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 2개에 그쳤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은 한국복싱이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는데 12년 만에 가져 온 금메달이다. 복싱 마지막 날이었던 3일 라이트플라이급(49kg 이하) 신종훈(인천시청)은 결승에서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만 19세의 약관 청년 밴텀급(56kg 이하) 함상명(용인대)은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금메달만큼 값진 은메달도 쏟아졌다. 라이트웨더급(64kg 이하) 임현철(대전시청)은 막상막하 경기를 펼치고 결승에서 패했다. 심판이 누구 손을 들어줘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잠시 아쉬워한 임현철이지만 잠시 후 관중들에게 큰절로 인사했고 우승을 차지한 태국 선수에게 먼저 찾아가 포옹을 했다. 매너 만큼은 금메달이었다. 또한 라이트헤비급(81kg 이하) 김형규(한체대)는 28년 만에 중량급 선수로 결승에 진출했고, 여자 복싱 박진아(보령시청)도 한국 여자복싱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헤비급(91kg 이하) 박남형도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동메달을 받았다.

▲ 변화하는 복싱, 제2의 전성기 꿈꾼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복싱은 큰 변화와 마주했다. 그 동안 국제대회 복싱에서 헤드기어는 필수였고 선수들은 유효타에만 전념하는 포인트 복싱 위주로 경기를 펼쳤다. 그러다보니 복싱이 재미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했고 결국 이번 대회부터 헤드기어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됐다. 또한 점수를 채점할 때에도 단순히 유효타 개수만 따지는 게 아니라 더욱 공격적인 선수가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
한국 복싱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착실하게 준비를 했고 12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또한 수많은 관중들이 복싱 경기가 열린 선학체육관을 찾아 복싱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과제는 현재의 분위기를 대회가 끝난 뒤에도 이어가야만 한다.
다가오는 2016 리우 올림픽은 아마추어 선수만 출전하던 관례를 깨고 12전 미만의 프로 선수들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8년 만에 올림픽 복싱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은 또 다른 전략으로 무장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친 한국 복싱은 이제 2년 뒤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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