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인키-류현진, 커쇼에 다시 기회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0.05 06: 33

에이스가 무너졌다. 그리고 LA 다저스는 그 에이스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느냐가 시리즈의 관건이 됐다. 클레이튼 커쇼(26)가 1차전에서 고개를 숙인 가운데 2·3차전 선발로 나설 잭 그레인키(31)와 류현진(27)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LA 다저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9-10으로 졌다. 6회까지만 해도 6-2로 앞서 있었던 다저스는 7회 무려 8실점을 하며 허무하게 첫 판을 내줬다. ‘20승 투수’의 맞대결에서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를 먼저 공략했지만 커쇼가 7회의 벽을 넘기지 못한 탓이었다.
6회까지 솔로홈런 두 방을 맞은 것을 제외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커쇼는 연속 4피안타로 7회를 시작하며 불안감을 남겼고 결국 7회를 넘기지 못하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6⅔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으며 분투했지만 8피안타(2피홈런) 8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하지 못했다. 5점의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난조의 7회’였다.

결국 다저스도 이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며 1차전을 내줬다. 다저스는 최근 1차전을 내준 시리즈 7번에서 모두 그 패배를 만회하지 못하고 패한 기억이 있다. 1차전을 내주고도 역전에 성공한 것은 1988년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가 마지막이다. 여기에 가을 경험이 풍부하고 유독 가을만 되면 힘을 내는 세인트루이스가 상대라는 것도 버겁게 느껴진다. 당장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다저스를 누르고 월드시리즈에 나갔다.
이제 다저스는 5일 2차전, 7일 3차전으로 시리즈를 이어간다. 2·3차전 선발로 예고된 그레인키와 류현진이 호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됐다. 당장 그레인키가 2차전에서 무너진다면 시리즈의 흐름은 세인트루이스 쪽으로 확 기울게 된다. 어깨 통증 여파로 정규시즌 마지막 일정을 거른 류현진도 등판에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류현진은 온갖 야유가 쏟아질 부시 스타디움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세인트루이스의 기세에 밀렸다가는 최악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
다행히 타선은 1차전에서 대부분 좋은 감을 보여줬다. 방망이는 믿지 말라는 격언도 있지만 승리에 필요한 득점 지원 정도는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그레인키와 류현진이 이번 시리즈에 다저스 명운을 쥐고 흔들 공산이 크다. 다저스의 불펜 전력은 세인트루이스와 견줘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타선의 폭발 시점까지는 경기를 지배할 필요가 있다.
1차전에서 110개의 공을 던진 커쇼는 3일을 쉬고 4차전에 등판할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다. 투혼을 발휘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5차전 등판을 염두에 둔다면 두 선수 중 적어도 한 선수는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개 숙인 에이스에게 다시 기회는 올 수 있을까. 다저스는 그렇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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