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목표는 이뤘다. 그러나 김광현(26, SK)에게는 아직 두 가지 목표가 더 남아 있다. 팀의 4강 진출, 그리고 해외진출이라는 굵직굵직한 표적이다. 김광현의 잔여 경기 성적에 따라 그 두 목표의 성취 여부도 상당 부분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에이스로 대회를 마친 김광현은 금메달을 따면서 올 시즌 중요했던 하나의 과제를 해결했다. 국가의 명예, 그리고 에이스로서의 다짐도 있었지만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에 의한 해외진출 자격을 얻었다는 것도 큰 수확물 중 하나였다. 이미 김광현은 여러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올 시즌 후 해외로 나가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김광현도 차분하게 남은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팀이 4강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자신도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올 시즌 보여줬던 인상적인 모습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4위 LG에 1.5경기 뒤진 5위를 달리고 있는 SK에 이제 남은 정규시즌 경기는 8경기. 김광현은 3경기 정도에 출격할 가능성이 있다. 추월은 쉽지 않은 목표지만, 김광현이 싹쓸이를 해준다면 아주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아시안게임 차출로 잠시 소속팀을 비웠던 김광현은 이제 5일 문학 한화전을 시작으로 자신의 리그 일정을 재개한다. 누구보다 4강에 대한 의지에 불타오르고 있는 선수 중 하나가 김광현이다. ‘에이스’로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가본 경험이 있는 김광현은 시즌 중반 한 때 “4강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에 가장 단호하게 고개를 돌린 선수이기도 했다. 지난 2년간 부상으로 팀에 썩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김광현이 매 경기 투지를 불태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광현은 당시 “우승까지는 어려워도 후반기에 승률 6할 이상만 거두면 분명 4위의 기회가 있다”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실제 양상이 김광현의 말대로 흘러가고 있다. 후반기에는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한 탓에 “내 성적보다는 팀을 승리로 이끌겠다”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은 김광현은 이제 남은 세 경기에 총력을 다한다는 각오다.
한편으로는 마지막 경기 내용이 포스팅 금액과 직결될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몇몇 팀들은 김광현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본국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본국에서 얼마의 포스팅 금액을 적어 넣을지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미국에서는 김광현을 투자 금액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보고 있다. 다만 불펜 요원으로 보는 팀들도 몇몇 있는 만큼 남은 기간 중 선발로서의 능력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면 더 좋은 대우도 가능하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김광현이 다시 마운드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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