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앞에 쥐가 벌벌 떤다면 최근 사자 앞에는 호랑이가 그런 모습이다. KIA가 유독 삼성에 힘을 못 쓰고 있다. 이제는 팀 불명예를 피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KIA는 4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경기 중반 삼성의 화력을 이겨내지 못한 끝에 5-10으로 졌다. 사실상 4강에 산술적인 희망만 남겨두고 있는 KIA로서는 또 삼성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 됐다. 유독 삼성만 만나면 작아지는 KIA다. 객관적인 전력을 고려해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올 시즌 KIA는 4일 패배로 삼성과의 상대전적이 2승10패가 됐다. 승률로 치면 1할6푼7리다. KIA의 시즌 전체 승률(.429)보다 훨씬 낮은 것은 물론이고 리그에서도 천적관계의 고리가 가장 질기다. 최하위 한화도 삼성에 4승을 했다. 두 팀 사이의 상대전적은 삼성의 1위 등극, 그리고 KIA의 8위 추락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도 볼 수 있다.

삼성에 약한 KIA의 모습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KIA는 2007년 이후 삼성과의 상대전적에서 56승83패1무(.403)를 기록했다. SK, 두산, 롯데와의 상대 전적에서도 밀렸지만 삼성처럼 처참하게 밀린 팀은 없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09년 삼성과의 상대전적에서 13승6패를 기록했던 KIA는 2010년과 2011년 7승12패, 2012년 6승12패1무, 2013년 4승12패, 그리고 올해 2승10패를 기록 중이다.
2007년 이후 KIA가 가장 재미를 못봤던 시즌과 상대팀은 지난해 두산으로 3승12패1무를 기록했다. 2008년 SK에 4승14패를 했던 것이 두 번째로 좋지 않은 기록이며 그 다음이 지난해 삼성을 상대로 기록한 4승12패였다. 2001년 KIA로 간판을 바꿔단 뒤로의 기록만 살펴보면 2005년 삼성에 당했던 3승15패의 기록이 최악으로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삼성 상대 승률은 당시와 일치한다.
흔히 야구는 3할3푼3리와 6할6푼6리 사이의 경기라고 한다. 3연전을 모두 가져가기가 정말 어려운 스포츠이며 압도적인 상대전적을 자랑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4일 현재 올 시즌 팀 승률은 6할4푼9리에서 4할2리 사이에 몰려 있다. 이를 고려하면 유독 삼성에 약한 KIA의 성적은 단순한 전력차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심리적인 부분, 상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이런 특정팀 상대전적이 저조한 것은 전체적인 팀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 시즌 4강 다툼이 LG와 SK 사이로 갈리는 것은 1~3위 팀들과의 상대전적에서 그나마 덜 졌다는 것과 연관이 있다. 한편으로는 다음 시즌을 바라봐서라도 악연을 어느 정도 끊고 갈 필요가 있다. KIA는 앞으로 삼성과 4경기가 남아 있다. 최소한의 자존심은 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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