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감탄한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는 매 회 놀라운 악역이다.
이제 이유리는 곧 연민정이라는 공식이 생겨날 판국이다. 연민정이라는 천하의 악녀와 동화된 듯, 이유리는 혼신을 다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지난 4일 방송분에서도 여전했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악녀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는 발악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날 방송에서 네티즌의 기억에 남았던 연민정의 장면들 중 하나는 의외로 그가 토스트를 먹을 때였다. 연민정은 문지상(성혁 분)을 죽이려한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회사에서 쫓겨나게 만들려했다. 그는 문지상이 병원에 실려갈 당시 그의 보안카드 등을 훔쳤고, 철저한 준비 끝에 그를 공금횡령죄로 몰아가려했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우고 있음에도 토스트를 먹는 연민정의 표정은 즐거웠다. 오히려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악행의 대가, 대모 연민정 다운 표정 연기는 마치 신 들린 듯 보였다. 만약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일을 꾸몄다면, 이 정도의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한 그런 문지상에게 오히려 뒤통수를 맞고 낭떠러지 앞으로 몰린 연민정은 문지상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온갖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말과 표정으로 문지상을 대했지만, 이에 반응할 문지상은 아니었다. 어찌됐든 이유리는 이 장면에서 비열한 연민정을 벗어나 누구라도 속아 넘어갈 것 같은 가련한 연민정을 만들어냈다. 문지상을 향해 울면서 호소하는 연민정의 모습은 선해봅이는 이유리의 외모와 어우러져 더욱 보는 이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사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유산한 연민정이었다. 연민정에게 뱃속의 아이는 마지막 남은 무기였다. 아이가 있다면 남편 이재희(오창석 분)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 최후의 보루가 사라지는 순간, 연민정은 폭주했다. 유산 후 병원에서 깨어난 연민정을 연기하며 그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호연을 보여줬다. 양모에게 발악하며 "엄마가 수술하라고 시켰냐"고 따져묻고, 결국 "유산한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비는 연민정을 이유리는 이보다 더 처절할 수 없게 표현했다. 이를 본 네티즌이 "사상 최고의 유산 연기"라며 웃음 섞인 평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연민정은 극 중 온갖 악행이란 악행을 다 저지르는 인물이다. 그런 연민정이 사랑받는 캐릭터가 된 데에는 부정할 수 없는 이유리의 연기가 있었다. 이유리는 연민정에게 주인공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유리는 이제 꿈에 나와도 무서울 듯한 악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이유리가 있기에 연민정이 있었고, 연민정이 있기에 지금의 '왔다 장보리'가 누리는 인기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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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