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련. 잔인한 가을이다.
메이저리그 투타 최고 선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와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악몽의 포스트시즌을 보내고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며 각 리그에서 유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두 선수이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그 위용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가을야구의 의외성이다.
커쇼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세이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출격했으나 6⅔이닝 8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10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졌다. 지난해 리그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에 4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진 데 이어 사상 첫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7+실점.

이로써 커쇼는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도 10경기(7선발) 1승4패1홀드 평균자책점 5.20에 그치고 있다. 구원등판을 제외한 선발로만 한정해도 7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5.05으로 이름값에 한참을 밑돈다. 이쯤 되면 '큰 경기에 약한 에이스'라는 불명예스런 수식어가 붙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성적이다.
사정은 트라웃도 다르지 않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디비전시리즈 1~2차전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던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신고식을 치렀던 그는 2차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부진했다. 2경기 8타수 무안타 2볼넷. 아직 포스트시즌 안타도 신고하지 못했다.
물론 트라웃 뿐만 아니라 에인절스 타선 전체가 집단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워낙 큰 기대를 모은 트라웃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특히 캔자스시티 투수들은 트라웃의 약점인 몸쪽 높은 코스를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계속 되는 몸쪽 승부에 트라웃도 움츠러든 기색이 역력하다. 안타는 커녕 정타도 없었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다. 길게 호흡하는 정규시즌 장기 레이스와는 또 다른 무대. 에이스와 중심타자들은 상대로부터 정규시즌보다 훨씬 세세하게 분석되고 견제를 받는다. 중심으로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훨씬 크다. 정규시즌에는 잘하다 포스트시즌에 와서 죽을 쑤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커쇼는 "끔찍하다. 팀 동료들이 패하도록 하는 것은 정말 참담한 느낌이다. 전부 내 잘못이다"고 변명없이 스스로를 탓한 뒤 "다시 기회를 갖고 싶다"고 설욕을 별렀다. 트라웃은 "정규시즌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포스트시즌이라 흥분했다. 칠 수 있는 공들을 많이 놓쳤다"며 첫 가을야구에 당황한 모습이다.
커쇼와 트라웃의 부진은 소속팀 다저스와 에인절스에도 치명적이다. 다저스는 홈에서 1차전을 세인트루이스에 내주며 1패 이상의 충격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팀 에인절스는 2연패를 홈에서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커쇼와 트라웃이 위기의 팀을 구할 수 있을지 남은 디비전시리즈에 시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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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