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다. 후반기 들어 불방망이로 SK의 중심타선을 지키고 있는 박정권(33, SK)이 개인과 팀에 의미 있는 기록을 새겼다. 100타점 기록이 그것이다.
박정권은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선발 4번 1루수로 출전, 홈런 2방을 터뜨리는 등 3타수 3안타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SK의 득점 중 박정권이 해결한 점수가 5점이라는 측면에서 절대적인 공헌도를 느낄 수 있다.
첫 타석부터 해결사 몫을 톡톡히 했다. 1회 1사 2,3루에서 한화 선발 라이언 타투스코로부터 우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이 안타 때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SK는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안타가 없었다면 선발 김광현이 초반 다소 흔들리는 상황에서 경기 흐름이 완전히 꼬일 수도 있었다.

2회 수비에서 좋은 수비로 병살 플레이를 유도하는 등 가벼운 몸놀림은 선보인 박정권은 4회와 5회 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SK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2-2로 맞선 4회에는 타투스코로부터 중월 솔로홈런을, 3-2로 앞선 5회 2사 2루에서는 바뀐 투수 박정진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2점 홈런을 치며 팀에 여유 있는 리드를 안겼다. 결국 박정권 홀로 이날 경기를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경기였다.
이로써 박정권은 올 시즌 25홈런, 그리고 10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100타점은 개인 생애 한 시즌 최다 타점이다. 2004년 1군 무대에 데뷔한 박정권의 한 시즌 최다 타점은 2009년과 2010년 기록한 76타점이었다. 이미 이 기록을 훌쩍 뛰어 넘은 상황에서 자신의 굵직한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한편 이제 홈런 하나만 더 치면 2009년 기록했던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25홈런) 기록도 넘어설 수 있다. 타율도 3할이 넘는 상황에서 최고 시즌을 예약했다고 할 만하다.
팀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이 쓰였다. 박정권은 SK 역사상 한 시즌 100타점을 넘어선 네 번째 선수가 됐다. 2002년 페르난데스가 107타점, 2003년과 2004년 이호준이 각각 102타점과 112타점을 기록했는데 무려 10년 만에 100타점 선수가 나왔다.
전반기에는 홈런에 비해 타율이 다소 떨어졌던 박정권이지만 후반기는 타격까지 정교해졌다. 이날 경기까지 박정권은 후반기 38경기에서 타율 4할1푼1리, 9홈런, 39타점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타점 개수가 1개가 넘는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 3할3푼1리의 좋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할 만하다.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는 SK로서는 박정권의 이런 활약이 반갑기만 하다. ‘가을 사나이’의 막판 스퍼트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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