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에 있어서 신선함은 언제나 강렬한 법이다. 이런 점에서 ‘진짜 사나이’ 신병들이 군대라는 곳에 발을 디뎠을 때의 유체이탈이 주는 재미는 막강할 수밖에 없다. ‘진짜 사나이’가 5주간의 여군 특집을 마무리하고 기존의 남자 스타들의 군체험으로 돌아온다 했을 때 웃음의 강도가 확 낮아질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다. 당연한 예상이었다. 여군 특집은 이 프로그램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게 했으니 말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군대를 생경하게 여기는 여자 스타들에 비해 이미 군대를 경험한 원조 7명의 남자 스타들의 군생활은 재미에 있어서 파괴력이 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돌아온 원조 ‘진짜 사나이’가 반가웠던 것은 스타들의 성장기가 이미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었고, 여전히 엉뚱한 ‘별소년’ 헨리가 안기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뭘 해도 일단 ‘기본빵’은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는 5주간의 여군 특집과 아시안게임 중계방송으로 인한 결방으로 7주 만에 만난 남자 스타들의 군 체험이 공개됐다. 7주라는 시간은 김수로, 서경석, 샘 해밍턴을 병장으로 올려놨다. 그리고 천정명을 일병으로 진급하게 했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박건형, 케이윌, 헨리까지 이들은 육군 결전 부대에 입소했다.

한달간의 휴식기는 멤버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언제나 그렇듯 구슬땀을 흘리며 다시금 군인의 모습을 보였다. 교관들의 불호령에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것도, 무서운 선임들에게 기가 죽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언제나 긴장을 해야 하는 군대는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여기에 원조 ‘진짜 사나이’에는 독특함을 넘어 파격적인 행동을 하는 헨리가 있었다. 대전차 화기 펜저 교육 중 “무기가 얼마냐”, “아이언맨처럼 되는 거냐”, “한번 쏘면 여러 방향으로 튀는 거냐”라고 묻는 헨리의 엉뚱한 면모는 여전했다. 당연히 변화도 있었다. 병장이 된 샘 해밍턴은 헨리를 침착하게 교육할 수 있게 됐다. 김수로는 여전히 에이스 병사로서 장갑차 K-21을 완벽히 조종했다. 케이윌은 김수로에 비해 운전 실력이 형편 없어 다른 병사들의 불평을 샀고, 천정명은 주짓수 초짜에게 진땀을 빼는 허당 매력을 과시했다.
그동안 ‘헨리 아빠’라는 별명답게 따스한 성향을 드러냈던 박건형이 사실은 꼼수 대마왕이라는 것까지. 이날 방송은 7주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만큼 원조 멤버들의 매력 넘치는 군생활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진짜 사나이’ 원조 멤버들의 진솔한 인간미를 확인했다.
누군가는 성장했고, 누군가는 여전히 구멍 병사인 곳. ‘진짜 사나이’가 보여주는 군대는 다양한 군인들이 어우러지며 순간 웃기도, 순간 긴장하기도 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샘 해밍턴이 에이스 병사로 등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그래도 샘 해밍턴이 구멍 병사를 탈출하고자 벌인 지난 2년여간의 노력만으로도 지금의 군생활을 보다보면 ‘짬밥은 사람을 바꾼다’라는 진리를 느끼게 하며 저절로 박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또한 군대에 적응하고는 있지만 성격상 진지한 행동과 거리가 먼 헨리의 돌발 행동에 웃음을 짓는다. FM 병사인 김수로, 박건형, 천정명의 의외의 빈구석을 찾는 재미도 있다. 중년 병사 서경석의 행보는 언제나 응원을 야기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꼽기에도 매력이 많은 남자 스타 7인이 빡빡한 군생활에서 친근하고 ‘내 사람 하고 싶은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진짜 사나이’다.
익숙하지 않아, 그리고 군대와는 거리가 먼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농도 높은 웃음과 감동을 안겼던 여군 특집. 남자들의 군체험에서도 신병은 언제나 화제몰이를 했던 것을 감안하면 여자 스타 7인이 한꺼번에 군체험을 하는 모습은 어쩌면 기존 특집보다 높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배경이 있다. 시청자들은 언제나 새롭고, 더 강한 웃음을 원하지 않나. 이로 인해 여군 특집이 큰 인기를 누릴수록 제작진과 원조 멤버들에게 부담감이 작용했다.
5일 뚜껑이 열린 결전 부대는 제작진이 2년여간의 방송 기간 동안 축적한 웃음 극대화 편집과 자막 구성이 멤버들의 매력적인 모습을 잘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자극적이고 강한 웃음은 없었지만, 피식 웃음이 나오는 순간과 짠하게 공감이 되는 순간이 어우러졌다. 이날 방송은 ‘진짜 사나이’가 가진 언제나 기본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는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조금은 새롭지 않아도, 이들의 성장기가 자꾸 기대가 되는 것, ‘진짜 사나이’가 여러 잡음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마력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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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