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에 복귀하지 못한 류현진(27, LA 다저스)이 결국 포스트시즌에 복귀전을 갖는다. 류현진은 오는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있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우선 디비전시리즈의 기억은 악몽에 가깝다. 당시에도 3차전이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홈으로 불러들인 류현진은 3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한 끝에 조기 강판됐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류현진은 아픈 기억을 남겼다. 미국 진출 후에는 처음이고, 한국에서의 경력을 포함해도 2007년 이후 6년 만에 나선 가을잔치 무대에서 류현진은 뼈저린 실패를 경험했다. 팀은 승리했지만, 유쾌한 기억일 수는 없다.

하지만 금방 적응한 듯 다음 등판에서는 쾌투하며 다저스의 희망으로 자리를 잡았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잭 그레인키-클레이튼 커쇼를 1, 2차전에 선발로 내고도 2연패를 당한 다저스는 3차전 류현진의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승리했다. 힘이 실린 류현진의 피칭을 발판 삼아 다저스는 3-0으로 이겨 분위기를 바꿨다.
먼저 2패를 당한 팀을 위기에서 구한 류현진은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갈 경우 7차전 선발로도 내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2승 3패로 뒤지던 다저스는 6차전에서 선발 커쇼가 일순간 무너져 마이클 와카를 앞세운 세인트루이스에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3승 3패를 이루지 못해 류현진의 등판 기회도 사라졌다.
다가올 7일 류현진의 등판은 이 악몽과 희망 사이에 있다. 디비전시리즈를 떠올리면 괴롭지만, 세인트루이스와 펼쳤던 경기는 시즌 최고의 피칭 중 하나였다 해도 손색이 없었다. 당시 ‘가을 사나이’이자 세인트루이스의 에이스인 애덤 웨인라이트를 패전으로 몰아넣은 투수가 바로 류현진이었다.
여기에 두 가지 변수가 붙는다. 하나는 원정경기라는 점이다. 지난해 두 번의 포스트시즌 등판은 모두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있었다. 반대로 이번에는 적지에서 던진다. 다행히 올해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10승 4패, 평균자책점 3.03으로 성적은 좋다. 원정경기라는 점에 있어서는 큰 우려가 없다.
하지만 복귀전이라는 점에서 다소 의문부호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어깨 부상 후 복귀전이었던 5월 22일 뉴욕 메츠전에서 6이닝 2실점, 엉덩이 부상에서 돌아온 9월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7이닝 1실점한 좋은 선례가 있지만, 그래도 복귀전은 항상 긴장해야만 한다. 특히 포스트시즌에 복귀전을 갖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다. 물론 긴 휴식을 취한 것은 긍정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복귀전이라는 점에도 관심이 집중되지만, 이 경기는 류현진 복귀전의 의미보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는 성격이 강하다. 류현진이 패하면 다저스도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첫 게임은 성적이 좋지 않았고 두 번째는 좋은 성적으로 이기게 됐는데 그 때 기억만 가지고 준비할 것이다”라며 류현진은 승리를 위해 좋았던 세인트루이스전의 기억만 되새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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