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이 잘 던진 것이다. 저는 공만 열심히 받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김)태군이는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포수다”라고 칭찬한다. NC 투수들은 “리드가 좋았다”며 김태군에게 공을 돌린다. ‘리드’에는 기술적인 볼 배합뿐만 아니라 투수를 끌고 가는 리더십도 포함된다.
그 바탕은 ‘심성’이다. 강인권 NC 배터리코치는 “포수는 투수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심성을 갖춰야한다”고 말한다. 지난 시즌 구단 첫 완봉승을 수확했을 때 배터리를 이뤘던 김태군은 후배 이재학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표시했다.

NC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그려나가고 있는 김태군이다. 2008년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김태군. 지난 2012년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지만 기회였다. NC 특별지명을 통해 팀을 옮긴 것. 어느덧 463경기에 출장한 프로 7년차. 김태군에게 ‘김태군’과 테임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태군은 지난 3일 오전 인터뷰에 응했다.
- NC에 와서 기회를 잡았는데. NC는 스스로에게 어떤 팀인가.
▲ 터닝 포인트이면 터닝 포인트다. 흔히 인생의 반전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모든 인생이 바뀌었다. 제 인생이. 팀을 옮기면서 저 혼자만 행복해지는 게 아니고 어머니, 아버지, 동생이 가족들 모두가 TV만 틀면 볼 수 있게 되니까 감사할 따름이다. 다른 말보다 (가족) 그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
- 여동생한테 장학금을 줬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 장학금을 준 게 아니다. 제가 NC에서 경기에 계속 나가다보니까 연봉이 조금 올라서 동생이 유학을 갔다 오는데 보탰다. 여동생이 1년 동안 유학을 갔다 와서 이제 대학 졸업반이다. 뒷바라지다.
- 1년 유학이면 비용이 적지 않았을 텐데.
▲ 저 때문에 야구할 때 학창시절에 어머니, 아버지랑 많이 같이 있지 못했다. 동생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거 밖에 없는 거 같다.
-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확정(인텨뷰가 끝나고 3일 오후 늦게 NC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다)됐는데 포수 김태군이 생각하는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 선수들의 자신감인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면 다른 팀에 있을 때에는 언제 2군에 내려갈지 모르고 힘든 시절을 보냈었는데 모든 선수들이 감독님을 만나면서 야구에 미쳤다. 오늘 하루만 경기를 한다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한 게 지금 3위를 하고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
다음 경기를 생각하지 않는다. (손)시헌이형이나 (이)종욱이형 (이)호준 선배께서 많이 강조하셨던 게 "다음 경기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 집중하자"였다. 그게 효과를 봤던 것 같다. 이기면 그날 하루 끝, 져도 그날 하루 끝이다. 외부에서는 연패했을 때 위기가 왔다고 했지만 연패할 당시에도 경험 많은 선배님들이 연승도 온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선배님들이 걱정하고 있을 때 오히려 어린 선수들이 자기들이 하겠다고 했을 때 선배님들이 깜짝 놀랐다.
하루살이다. 하루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경기하는)3시간만 미친 듯이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 에릭 테임즈와 굉장히 친한 것 같은데. 어떤 선수인가. 성격도 궁금하다.
▲ 팀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다른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겠지만 테임즈가 오기 전부터 인터뷰했을 때 ‘팀에 적응을 해야된다’고 말했더라. 그 말을 지키려고 하는 건지 원래 스타일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이랑 어울리려고 하는 것 같다. 캐치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화이팅’을 외치는데 테임즈가 선창을 했다. 그러면 분위기가 올라오게 된다.
남자답게 장난도 많이 치고 쿨하다. 하지만 경기할 때 경기에 집중한다. 재밌다. 테임즈 덕분에 더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경기 초반에 못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면 "다음 타석에서 치면 된다"고 말해준다. 정작 테임즈는 자신이 못치고 들어오면 스스로에게 막 화를 낸다. 그럴 때는 제가 가서 "왜 성질부리냐. 다음 타석에서 치면 된다"고 말하면서 장난도 친다. 그렇게 서로 하다보니까 팀에 분위기를 살리는 세레모니도 나오는 것 같다.
- 테임즈가 스스로에게는 매우 엄격하다는 말인데.
▲ 상대방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하는 게 보인다. 자기만의 루틴도 있는 것 같다. 경기 전에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듣는다. 몸의 리듬을 빠르게 하려고. 테임즈를 지켜보면 자기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인드를 많이 배웠다.
- (2일 마산 SK전) 3회까지 체인지업 결정구, 4회부터 직구를 많이 유도했다. 상황마다 어떤 식으로 볼 배합 유도했는지.
▲ 재학이의 체인지업이 좋아서 직구는 버리는 공으로 선택했다. 초반에 직구는 거의 쓰지 않도록 했다. 후반에는 초반에 체인지업을 많이 썼기 때문에 릴리스포인트가 앞에 나왔다고 생각해서 직구를 썼는데 그게 좋게 들어온 것 같다. 다른 구종은 잘 모르겠는데 재학이의 경우 체중이 앞으로 쏠리게 되고 릴리스포인트가 앞쪽으로 많이 오면 체인지업 던질 때 땅바닥을 보고 던지라고 많이 주문을 한다. 투수마다 버릇이 있다. 좋은 때 나오는 모습, 안 좋을 때 이상한 모습이 보인다든지.
- 이재학뿐만 아니라 에릭 해커, 찰리 쉬렉, 태드 웨버 등 김태군을 많이 칭찬하는데.
▲ 자기들이 잘 던진 것이다. 저는 공만 열심히 받았다.
- 볼배합 공부를 따로 하나. 타자를 연구한다든지.
▲ 어떤 팀 포수나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저희 팀이랑 붙기 전에 상대팀이 최근 3경기하면 그 날 그 날마다 보이는 컨디션, 그 주의 컨디션이 있다. 전력 분석원을 통해 자료를 받고 팀에서 영상도 제공해준다. (그것 토대로) 나름대로 계획을 짜고 들어간다.
- 염경엽 넥센 감독이 칭찬을 했는데. (염경엽 넥센 감독은 LG 프런트 시절 김태군을 겪었다) 염 감독은 9월 4일 "태군이가 LG에 있을 때 굉장히 열심히 했다. 타자의 현재 모습을 잘 본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관찰하고 그런 부분을 파악한다. 많이 성장했다고 본다"고 목동구장에서 말한바 있다.
▲ 너무 칭찬을 많이 해 주신 거 같다. LG에 있을 때는 김정민 코치님이랑 장광호 코치님을 만났고 NC에 와서는 강인권 코치님을 만났다. 이 세 분이 저한테 영향을 미친 게 큰 거 같다. LG에 있을 때는 타자를 연구하고 배우려고 했다. LG 시절 별로 못했지만 많이 하려고 했다. 욕도 많이 먹으면서 배웠던 거 같다. 강인권 코치님은 자신감과 뻔뻔함을 강조하신다. 야구 자체 보다는 제가 야구 해왔던 날보다 야구할 날이 많다고 생각하시고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 제가 잘하기보다는 코치님 세 분 덕분에 프로 7년차지만 이제야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 타격 측면에서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모두 늘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 지난해 같은 경우 감독님이나 김광림 타격코치님이나 저에게 자신감을 실어주려고 "눈에 보이면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려라. 결과는 신경 쓰지 말아라"고 하셨다. 올해는 저한테 정말 중요했다. 정확도를 최대한 늘리려고 노력했다. 정확도를 늘리면서도 강하게 치려고 했다. 멀리 때리기보다 강하게 라인드라이브타구로 치려고 연습했다. 그렇게 연습한 게 올해 좋게 이어진 것 같다.
- 타격할 때 한 차례 임팩트를 주고 재빨리 방망이를 놓는다는 느낌으로 타격을 하는데.
▲ 정확하면서도 강하게 때리려고 이 폼 저 폼 많이 시도했다. 지금 이 폼이 (모)창민형이 지난해부터 하는 폼이다. 캠프 때 창민형한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물론 코치님 덕분에 좋은 타격 하고 있지만 캠프가면 고민도 생긴다. 그 때 창민형이 옆에서 한 마디 씩 해주고 야간에 개인 연습 할 때도 조언해줬다. 어떨 때는 타이밍 빨랐다 늦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창민형이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네 타이밍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만 2차 캠프부터 이 폼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 김경문 감독이 "지금 단계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그런데 종종 몸이 아플 때 안타까워하는데.
▲ 제가 몸에 특이한 체질이 있다. 약을 잘 먹지 못한다. 소염제 같은 약을 먹지 못한다. 사소하게 다쳐도 다른 사람이 낫는데 하루 걸리면 3일 걸린다. 감독님께서 신경 써주고 하시는 게 감사하다. 알레르기가 굉장히 심한 편이다. 저도 약을 먹지 못하니까 스트레스도 받고 그런다. 그래서 좀 더 몸 관리 더 신경 쓰고 있다.(웃음) 엔트리 두 차례 정도 빠진 게 아쉽다.
- 김경문 감독이 조언한 말 가운데 기억나는 게 있는지.
▲ 지난해 처음 팀에 왔을 때 "눈치 보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라고 말씀하셨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제일 기억에 남는다. 올해는 "너가 할 수 있는 만큼 책임감 가지고 경기 운영하는 거다"라고 하셨다. 완전히 기억을 하고 있다.
- 아시안게임 엔트리 탈락은 아쉬운 마음은 없는지.
▲ 이미 지났다. 아쉽다고 해서 시간을 돌리수도 없다. 시간은 갔다. 처음에는 충격을 많이 받았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제가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나. 많이 컸네’ 이런 말 할 수도 있지만 올 시즌에는 정말 준비 많이 했다. 나름대로 준비하고 올 시즌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시간은 지나갔다 생각하고 앞으로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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