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막을 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눈물'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나왔던 대회였다. 기쁨의 눈물도 있었고, 슬픔의 눈물도 있었다. 또 아쉬움의 눈물도 있었다. 이유와 깊이는 달랐지만 모두의 심금을 울리기엔 충분했다.
▲ 가슴 벅찬 뜨거운 눈물
가장 기분 좋은 눈물이다. 4년간 굵은 땀방울의 결실 끝에 흘리는 눈물은 가슴 벅찼다. 온갖 고난을 딛고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깨문 손연재(20, 연세대)의 눈물이 그랬다. 4년 전 광저우 대회서 동메달을 따낸 이후 기어코 또다시 역사를 창조했다. '오뚝이 복서' 신종훈(25, 인천시청)도 남자 복싱 49kg급 금메달을 확정한 뒤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주위의 기대 속 광저우, 2012 런던올림픽 실패 이후 얻은 귀중한 금메달, 눈물은 당연했다.

김지연(20, 옥천군청), 주옥(25), 김애경(26, 이상 NH농협은행), 윤수정(25), 김보미(24, 이상 안성시청)로 구성된 여자 정구대표팀도 7개 전 종목을 석권한 뒤 눈시울을 적셨다. 한국 정구는 지난 2002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의 금자탑을 쌓았다. 박세정(30, 안양시청), 박봉고(23, 구미시청), 성혁제(24, 인천시청), 여호수아(27, 인천시청)가 이어달린 한국 남자 계주대표팀도 육상 1600m 계주서 은메달을 합작한 뒤 얼싸안고 울었다. 모두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얻어낸 값진 메달이었다.

▲ 아쉽거나 혹은 슬프거나
'도마의 신' 양학선은 기계체조 도마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서 정상을 차지한 뒤 국제무대 첫 2위의 아쉬움을 삼켰다. 양학선은 "인천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못 땄다. 많은 분들에게 죄송스런 마음"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허벅지와 어깨 등 부상 투혼이 깃든 값진 은메달이었다.
여자 축구의 에이스 지소연(23, 첼시 레이디스)도 눈물을 훔쳤다. 준결승서 북한에 1-2로 분패한 뒤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후반 19분 회심의 헤딩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후반 43분 결정적인 오른발 슈팅은 야속하게도 크로스바를 때렸다. 지소연은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동메달로 힐링했다. 지소연은 소속팀에 합류하느라 없었지만 동료들이 베트남을 꺾고 2회 연속 동메달을 수확했다. 임선주는 "소연이도 이제 부담감을 내려놨으면 좋겠다. 동메달 축하한다. 그리고 미안하다"며 위로했다.
'사이클 황제' 조호성(40, 서울시청)은 남자 옴니엄 은메달을 차지하며 27년간의 레이스를 마쳤다. 마지막 레이스를 금빛으로 물들이지 못했기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27년 선수인생 중 가장 아쉬운 경기였다. 선수로서 더 이상 트랙을 돌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면서 "20년 전 아시안게임서 첫 메달을 땄다. 한국에서 열리는 마지막 무대서 선수생활을 정리하고 싶었다.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응원에 감사드린다"고 눈물을 쏟았다.
남자 배구대표팀도 눈물의 동메달을 따냈다. 수장도 에이스도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에이스' 전광인은 "아쉽다. 일본전이 뜻대로 안풀렸고, 결승 진출 실패로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 숙소에 갈 때까지 아무 말도 못했다"고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냈다. 박기원 감독도 "아쉽지만 선수들 잘못은 없다. 잘해줬다"며 울먹였다.
아시안게임 최초로 한국 여자 복싱에 은메달을 안긴 박진아(25, 보령시청)는 라이트급(60㎏) 은메달을 목에 건 뒤 뜻하지 않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전날 준결승서 박진아에게 0-3으로 판정패했던 사라스와티 사리타 데비(인도)의 시상식 돌발 행동 때문이었다. 데비는 시상대에서 내려와 자신의 동메달을 박진아의 목에 걸었다. 당황한 박진아가 메달을 돌려주려 했지만 데비는 받지 않았고, 주인 없는 동메달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은 박진아는 시상식이 끝난 뒤 펑펑 울었다.

▲ 이보다 더 서러울 수 있을까
한국 세팍타크로는 이번 대회서 은메달을 4개나 수확하며 지난 2002년 부산 대회(금메달 1개, 동메달 3개)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열악한 환경, 얇은 선수층,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이기훈 감독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우리는 몇 년간 이 선수들로만 뛰어왔다. 어렸을 때부터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면서 "원래는 코치가 2명이었는데 갑자기 1명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지원은 바라지도 못했다.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본 게 처음이라 정말 고맙다"고 눈물을 쏟아냈다.
여자 공수도 구미테(대련) 50㎏급 동메달 리스트인 장소영(25, 울산진무)은 "금메달을 땄어야 했는데 동메달이라 너무 아쉽다"면서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바라는 건 정말 그 뿐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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