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운드의 잔혹사가 좀처럼 끊길 줄 모른다. 속절없이 무너지는 마운드에 탈꼴찌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제는 마운드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피하는 것조차 관건으로 떠올랐다.
여름 한 때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팬들의 소박한 기대감을 불러 모았던 한화다. 9월 7일 승률이 4할2푼7리까지 올랐다. 탈꼴찌에 대한 희망이 높아지는 가운데 4위 싸움의 산술적 가능성까지 남겨놓는 호조였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휴식기 후 4연패에 빠지며 승률 4할대가 무너졌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8위 KIA도 도망가지 못한 채 4할2푼5리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한화가 스스로 무너지는 모양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산술적으로도 사라졌다. 남은 목표는 3년 연속 꼴찌의 멍에를 벗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독이 됐다. 특히 마운드가 그렇다. 비교적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후반기 초반의 기세가 끊겼다. 선발도, 불펜도 모두 문제다. 타고투저의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마운드가 최소한의 몫은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모습이다. 자연히 끌려가는 경기가 많아지고 선수들이 받는 압박감은 더 커진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후 난조에 대해 김응룡 한화 감독도 “투수들이 초장에 작살이 났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발 투수들이 대다수 제 몫을 못했다. 1일 대전 SK전에서 등판한 앤드류 앨버스가 6이닝을 3실점으로 버텼을 뿐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5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2일 사직 롯데전에 나선 이태양은 4이닝 6실점, 3일 사직 롯데전 선발 유창식은 2이닝 6실점, 그리고 5일 문학 SK전에서 나선 라이언 타투스코도 4⅔이닝 5실점으로 모두 부진했다. 그 결과는 4경기 42실점이었다. 제 아무리 타격이 좋은 팀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만회하기 쉽지 않다.
그 와중에 팀 평균자책점도 치솟고 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6.11이었던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4경기 여파로 6.28까지 올랐다. 시즌 평균 자책점이 5.26에 이르는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이기는 하지만 6점대 팀 평균자책점은 한화가 유일하다. 한화 역사상 최악의 마운드로 기억되는 2009년(5.70)보다도 평균자책점이 더 높다. 남은 경기, 그리고 현재 한화 마운드의 전력을 고려하면 구단 최악 기록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술 더 떠 불명예 역사까지 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프로야구 역사상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은 딱 하나 있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의 삼미로 당시 팀 평균자책점은 6.23이었다. 그런데 5일 현재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이 이보다 높은 것이다. 당시 삼미는 리그가 공인하는 최하위 전력이었음을 고려하면 한화의 불명예는 더 커진다.

타고투저 시즌이라 일정 부분은 조정 과정을 거쳐 수치가 재평가될 수는 있을 것이다.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불명예는 피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한화의 갈 길을 보여주는 숫자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아픈 의미를 갖는다. 한화는 2009년 이후 팀 평균자책점에서 줄곧 최하위에 처져 있다. 공교롭게도 한화는 이 기간 중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보지 못했다. 결국 마운드의 정비 없이는 팀 성적도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한화도 신경을 쓰기는 했다. 젊은 투수들을 길러내고 또 조련하기 위한 현장의 노력까지 비하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몇몇 선수들이 아직도 가능성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고 매년 되풀이되는 외국인 투수 잔혹사 등에 마운드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줄을 모른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도 좋은 투수를 영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화가 앞으로 이런 수모를 피해가기 위해서는 마운드의 향후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