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와트 부상, SK 외인 잔혹사 추가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0.06 06: 27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 수 있을까. ‘외국인 잔혹사’에 시달리고 있는 SK가 그나마 잘 뽑았다고 여겼던 마지막 카드마저 흠집을 확인했다. 트래비스 밴와트(28)가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외국인 잔혹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5일 문학 한화전을 앞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밴와트의 이탈 소식 때문이다. 밴와트는 조조 레이예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에 입단한 뒤 11경기에서 9승1패 평균자책점 3.11의 좋은 성적을 냈다. SK가 중반 이후 4강 싸움에 재진입할 수 있었던 것도 밴와트의 공이 컸다. 그런데 그런 밴와트가 팔꿈치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른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다. 남은 경기가 단 7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치명타다.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9승째를 따낸 밴와트는 인천으로 돌아온 뒤인 3일 훈련 중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받았다. 검진 결과 인대 파열 등 장기간 결장을 요하는 부상은 아니지만 가벼운 염증과 염좌 증세는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6일 문학 한화전 등판이 취소됐다. 밴와트 스스로가 통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5일 현재 4위 LG에 1.5경기 뒤져 있는 SK로서는 뼈아픈 타격이다. 사령탑으로서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는 이만수 감독은 밴와트의 부상 소식에 진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간 구상했던 잔여경기 선발 로테이션이 한순간에 헝클어지며 팀 운영에 변수가 생겼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이 감독은 밴와트가 던질 만한 상황은 된다고 판단하고 있어 허탈함이 더 크다. 일각에서 여러 추측이 나도는 이유다.
어쨌든 확인된 것은 SK가 김광현과 함께 가장 든든한 선발감으로 여겼던 밴와트의 부상이라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시즌 아웃은 아니지만 투수에게는 민감한 부위라 언제 복귀할지는 알 수 없다. 시즌 일정이 아직 보름 정도 남아 있어 막판 복귀 가능성은 있으나 한 경기에만 빠져도 타격이 크다. 김광현, 밴와트라는 확실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대반전을 노린 SK는 이제 마음을 비워야 할 처지가 됐다.
돌이켜보면 2014년 내내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골머리가 아팠던 SK다. SK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에 빛나는 루크 스캇을 비롯, 조조 레이예스, 로스 울프라는 ‘MLB 출신 3인방’으로 외국인 라인업을 꾸렸다. 경력만큼이나 몸값도 꽤 비쌌다. 그러나 세 선수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지금도 SK는 외국인 쿼터 두 자리가 비어있다. 외국인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SK가 여기까지 온 것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레이예스는 고질적인 제구난, 그리고 체력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중도 퇴출됐다. 올 시즌 13경기에서 2승7패 평균자책점 6.55에 그쳤다. 역사상 최고 경력의 외국인 타자라는 스캇은 잦은 부상으로 33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 6홈런, 17타점에 그쳤다. 이도 모자라 이만수 감독과 대놓고 설전을 벌인 끝에 그 다음날 퇴출이 결정됐다. 울프는 후반기 들어 마무리로 전업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아들의 병환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간 끝에 한국 복귀를 고사했다.
여기에 그나마 한가닥 위안으로 삼았던 밴와트마저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함에 따라 SK는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시즌을 마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SK의 답답함이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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