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내야수 최승준(26)이 적은 기회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타 거포’ 가능성을 비춘 만큼, LG의 미래를 맡길 핵심멤버로 급부상 중이다. 이대로라면 KT 20인 보호명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최승준은 지난 5일 잠실 넥센전 5회말 1사 2, 3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올라 오재영에게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최승준의 안타로 LG는 0의 침묵에서 벗어나 2-3으로 넥센을 추격했고, 결국 끝내기안타로 승리했다. 4회까지 LG가 오재영을 상대로 병살타 2개를 치며 고전했던 것을 돌아보면, 최승준의 대타기용이 경기 흐름을 바꾸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최승준은 지난 9월 14일 잠실 삼성전, 그리고 9월 18일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경기서도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삼성전에선 선발투수 장원삼에게 좌월 투런포를 터뜨렸다. 1군 무대 통산 첫 홈런을 신고했고, LG는 12-3 대승과 함께 아시안게임 브레이크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선 에이스 김광현의 148km 패스트볼을 통타, 잠실구장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대표팀에 쏠렸던 관심을 잠시나마 LG쪽으로 돌려놓은 홈런이었다.

이전부터 최승준은 힘 하나만은 팀 내 최정상급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홈런 19개로 퓨처스 북부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2군 정복에 성공, 올해 초 1군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직 1군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는 못했으나, 1군 호출 1순위까지는 올라왔다. 시즌 초반 1군 투수들에게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2군에서 스윙을 개선했다.
최승준은 “올 시즌 초반 1군에서 뛰었던 게 확실히 도움이 됐다. 그 때 내 스윙으로는 1군 투수들의 볼끝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2군에서 김무관 타격코치님과 신경식 타격코치님의 지도로 스윙을 바꿨다. 이제는 타이밍이 어느 정도 맞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양상문 감독도 최승준의 빠른 성장에 웃었다. 양 감독은 지난 4일 최승준을 두고 “사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보낼까 고민했었다. 아마 홈런이 아니었다면, 지금 미야자키에 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우리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1군 무대서 관중들의 환호를 받게 하는 게 좋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11월 중순 한국시리즈가 종료되면 각 팀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20인 보호명단을 제출한다. 신생팀 KT 위즈의 20인 특별지명에 앞서 보호할 선수들을 확정짓는 것이다. 양 감독은 지난 8월 15일 20인 보호명단에 대해 “고민이 많다. 지금도 2, 3일에 한 번 씩 짜보는데 머리가 아프다”고 밝힌 바 있다. 최승준의 활약으로 인해 양 감독의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다. 최승준이 보호명단에 들어가고, 누군가를 제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LG는 오는 7일 잠실 삼성전을 통해 5연전을 마무리한다. 삼성 선발투수로 장원삼이 유력한 가운데, LG가 이번에도 최승준을 선발 출장시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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