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거장’ 조호성-박태경, “인생 레이스 이제 시작”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06 08: 21

“내 인생의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지난 4일 폐막식을 끝으로 16일 간의 열전을 모두 마쳤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사격 2관왕’ 김청용(17, 흥덕고2) 등은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 무대를 끝으로 아쉽게 선수생활에서 물러나는 ‘거장’들도 있다. ‘사이클의 황제’ 조호성(40, 서울시청), ‘허들의 터줏대감’ 박태경(34, 광주시청)이 그들이다.
▲ 조호성 “더 이상 경쟁할 기회가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

'사이클 황제' 조호성(40, 서울시청)은 마지막 레이스를 은메달로 장식했다. 조호성은 지난달 22일 오후 6시 30분 인천국제벨로드롬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옴니엄 경기에서 총점 232점을 획득해 최종 은메달을 획득했다. 일본의 하시모토 에이야는 불과 2점 많은 234점으로 금메달을 땄다. 동메달은 홍콩의 청킹록(229점)에게 돌아갔다.
체력소모가 대단히 심한 사이클에서 볼혹을 넘긴 선수가 스무살 어린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중반까지 줄곧 선두를 지키던 조호성은 중반부터 하시모토 에이야에게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3위까지 처졌던 조호성은 막판 다시 2점 차로 하시모토 에이야를 압박했지만 끝내 역전은 이루지 못했다.
조호성은 한국 사이클의 살아있는 신화다. 그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부터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27년의 선수생활 동안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5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던 살아있는 전설이다.
경기 후 조호성은 눈물을 보였다. 27년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경기에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는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경기였다. 결과는 조금 아쉽지만 홀가분하다”며 목소리가 떨렸다. 이어 “더 이상 경쟁할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아쉬워서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인천을 끝으로 은퇴한 조호성은 “오늘로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한다. 만감이 교차한다. 선수로서 더 이상 트랙을 돌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20년 전 아시안게임서 첫 메달을 땄다. 한국서 하는 마지막 무대서 선수생활을 정리하고 싶었다.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응원에 감사드린다”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이제 조호성은 지도자로서 후배들의 양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조호성은 "한국 사이클이 아시아에서도 조금씩 변방으로 물러나고 있다. 한국이 다시 예전에 아시아를 호령하던 것처럼 중심에 서서 세계무대의 꿈을 후배들이 이룰 수 있길 바란다. 내가 받은 만큼 베풀도록 하겠다"면서 포부를 보였다.
▲ 박태경 “후회 없는 레이스 펼쳤다!”
박태경은 지난달 28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남자 110m 허들 예선 출발점에 섰다. 수백번이나 섰던 무대였지만 이날만큼 유독 긴장되고 떨렸다. 출발 총성과 함께 박태경은 힘차게 허들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선두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13초77로 9위. 박태경의 결선진출이 좌절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그의 마지막 레이스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박태경은 한국육상을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허들 11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육상을 이끌었다. 그 동안 인기도 적고 가능성도 없는 육상을 왜 하느냐는 말도 참 많이 들었다. 하지만 박태경은 묵묵하게 신발끈을 묶었다.
이제 박태경은 마음 놓고 떠날 수 있다. 그의 제자이자 후배인 김병준(23, 포항시청)은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110m 허들에서 13초43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박태경의 기록을 넘었다. 남자 허들 최초의 은메달 획득도 후배의 몫이었다. 박태경은 선배로서 섭섭할 수 있었지만, 후배의 성공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한국육상의 계보가 이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은퇴하는 박태경은 “그 동안 후회 없이 뛰었다. 끝내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내 인생의 레이스는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조호성과 박태경. 수십 년간 태극마크가 주는 자부심 하나에 이를 악물고 버텼던 거장들이다. 그들의 아낌없는 노력과 '제2의 인생' 출발에 박수를 보낸다.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