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이 그 베일을 벗었다. 매일매일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하는 한 중년의 남자가 젊은 여성을 통해 살아있음을 갈망하는 '화장'의 이야기를 통해 임권택 감독은 보는 이들에게 죽음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화장'은 지난 5일 오전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공식 시사회를 통해 그 첫 선을 보였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라는 것과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화장'은 약 94분 정도의 러닝타임 동안 죽는다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화장'의 주된 내용은 싱그럽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에게 흔들리는 오상무(안성기 분)의 이야기다. 뇌종양으로 튜병 중인 아내를 보살피는 오상무는 새로 들어온 사원 추은주(김규리 분)에게 흔들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아내를 돌볼 땐 아내의 대소변을 다 받아줄 정도로 지극히 그를 보살피지만 마음 속으론 추은주를 생각하는 오상무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와 같은 오상무의 모습은 삶을 갈구하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하는 모든 인간의 욕망-본능과 결부된다. 하루하루 죽어가는 아내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하는 오상무가 아마도 추은주에게 끌렸던 건, 젊음이 가지고 있는 그 생동감과 싱그러움 때문일 것.
그리고 이는 결국 '살아있음'과 결부된다.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오상무가 젊고 생기 넘치는 추은주의 모습을 보며 자신 역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임권택 감독은 이러한 오상무의 모습을 단순히 젊은 여자에게 흔들리는 지지부진한 불륜 이야기로 그려내지 않고 끊임없이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영화에 깊이를 더했다.
다만 오상무 감정 변화의 굴곡이 눈에 보일 만큼 크지 않고 이야기가 주로 오상무의 감정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다 보니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오상무를 바라보는 추은주의 감정 역시 애매하다보니 영화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화장'은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으로 안성기, 김규리, 김호정이 주연을 맡았다. 내년초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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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