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 "저 여자 미쳤나? 할 때 너무 좋아"(인터뷰①)[19th BIFF]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0.06 10: 36

‘사랑이 이긴다’(민병훈 감독)라는 제목부터 주제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가지만, 끝내 외로울 수밖에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가슴을 때린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아이를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엄마(최정원 분), 그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이(오유진 분), 가족들과 단절된 채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풀어보려는 아빠(장현성 분) 등 깨어진 일가족의 모습은 ‘병적인 교육열’이라는 소재와 어울려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사랑이 이긴다’의 두 주연 배우 장현성-최정원과 연출자 민병훈 감독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해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접했다. 체감한 관객들의 좋은 반응에 만족스런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세 사람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마지막 GV가 끝난 직후 OSEN과 인터뷰를 갖고 영화에 대해 갖고 있는 각자의 생각들을 풀어놨다. ‘사랑이 이긴다’는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연 이는 민병훈 감독이었다.
“감독으로 내가 할 일을 완수한 거죠. 제 손을 들인 영화를 놔주는 날이니까요. 영화는 내 것이 아닙니다. 공공의 것이죠. 멋지게 바다를 향해 배를 띄웠기 때문에 홀가분하고 아쉬워요. 이제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 응원해야할 때니까요. 이 자리(부산국제영화제)는 오고 싶다고 해서 오는 자리는 아니잖아요. 제 전작 다섯 편이 전부 월드 프리미어를 했어요. 그래서 이젠 영화제가 가족과도 같은 느낌이에요.”

◆ 최정원 첫 스크린 데뷔, “영화가 너무 재밌어요”
최정원은 사실 이번 영화가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26년간 뮤지컬계에서 여왕으로 군림해 온 그이기에 ‘스크린 데뷔’란 표현이 다소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
“26년간 무대에서 한 번도 표현하지 않았던 인물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무대 위에서 느낌이 비슷하고 그랬으면 오히려 선택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진짜 이런 세상이 있어?’싶기도 하고 같은 학부모로서 책임의식이 생기면서 시작했어요. 영화를 보면서는 ‘영화배우들은 참 좋겠다. 자신이 그 나이 대 연기했던 걸, 물론 연기를 잘하는 사람일 때 얘기겠지만 나중에 보면 얼마나 행복할까’ 했는데 그 시간이 저한테 빨리 온 거 같아요. 46세라 늦었다고 하겠지만 전 그렇지 않아요. 스크린을 보면서 제가 나오면 영화가 너무 재밌어요. 뮤지컬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도 너무 재밌어요.”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다는 이 26년차 배우에게서는 3일간 GV를 하며 관객과 만나고, 이런저런 일정에 참석하며 쌓인 피로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일이 아닌 “소풍을 나왔다”고 표현했다.
“공연 전에도 안 떨렸는데 3일 전에도 너무 떨려서 ‘나가면 어떡하지’ 했어요. 영화관은 무대랑 틀려서 영화가 나오는 중에도 관객들은 휴대폰을 보시고, 개인 생활들을 하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아까 마침 관객 속에 있었는데 옆에 앉은 어떤 여자 분이 극 중 제가 딸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저 여자 미쳤나봐’ 이렇게 말을 하시는데 그런 말이 너무 좋았어요. 그게 영화의 매력 같아요. 신경들이 움직이면서 기분 나쁜지 좋은지를 온전히 보여주는 게 스크린이죠. 무대는 디테일이 없거든요.”
최정원이 연기하는 은아는 다소 비인격적인 인물이다. 전교 3등을 하는 딸에게 “그것 밖에 못하느냐”, “자존심도 없느냐”는 말을 끊임없이 하며 압박을 준다. 오랫동안 무대에서 연기를 해 온 배우이기에 뮤지컬이나 연극 연기 특유의 과장된 느낌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엄청난 절제를 발휘 영화 속 인물에 그대로 녹아드는 뛰어난 연기를 보였다. 최정원의 연기를 칭찬하자, 장현성이 옆에서 이를 거들었다.
“그런 믿음이 있어요. 구두를 만드는 분들이 구두를 만들고 10-20년이 지나고 업계에서 좋은 평판 가지고 그 사람의 구두가 아름답다는 인정을 받은 사람은 뭘 하든, 수영 선수가 되든, 연기를 하든 그 지점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무대를 보셨겠지만 놀라운 사람이에요. 놀라운 재능이고요. 최정원 씨가 저와 20년 가까이 됐는데. 대학 휴학하고 신예 뮤지컬 스타였을 때부터 봤어요. 그 때는 사실 지금만큼 잘하지 못했거든요. 노래도 지금만큼 잘 못했고 춤은 좀 췄어요.(웃음) 열정 가득한 아가씨였는데 최근에 ‘시카고’를 보고 ‘저 사람 아름답다’ 싶었어요.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가 고스란히 보이던데요. 존경하는 배우고, 사랑스런 배우에요. 영화라는 매체의 특징, 그건 잠깐이에요.”
장현성의 칭찬에 최정원은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이런 멘트는 처음인데요? 진심이 느껴져요”라고 기뻐했다. 그 또한 장현성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좋은 건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 작업했던 것 때문이에요. (장현성은) 이제 가장 핫한 배우잖아요? 늘 제가 얘기하지만, 장동건 말고 장현성이 있다.(웃음) 장현성은 어려운 배우가 아니라 다가가기 편한 배우고 같이 있어서 좋은 배우에요. 요즘엔 그야말로 국민배우가 됐죠.”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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