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란 아역배우들이 안방극장을 채우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극본 윤선주, 연출 김형식)의 박은빈과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극본 강은경, 연출 전창근)의 남지현이다.
◇ 정치에 관심 많은 강인한 여인 vs 사랑을 믿는 수더분한 시골소녀
두 사람은 방영 중인 작품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박은빈은 '비밀의 문'에서 혜경궁 홍씨 역을 맡았다. 그동안 혜경궁 홍씨가 남편인 사도세자로 인해 눈물 흘리는 가련한 여인으로 그려졌다면, 박은빈이 선보이는 혜경궁 홍씨는 색다르다. 강인하고 때론 당돌하다. 정치와 세태를 읽는 그는 늘 위태로운 남편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사도세자 이선 역의 이제훈과 빚어내는 애증의 '케미'가 꽤 매력적으로, 시청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남지현은 '가족끼리 왜이래'에서 박형식 서강준과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남지현은 어린 시절 자신이 목숨을 구해준 소년과의 인연을 잊지 않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강서울로 분했다. 추억 속 소년이라 믿고 있는 차달봉(박형식)과의 결혼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순박한 순정파 차달봉과 밝고 씩씩한 강서울 커플은 애청자들 사이에서 '봉우리' 커플로 불리며 사랑 받고 있다. 남지현의 사투리 연기가 귀여움을 더한다.
◇ 닮은 꼴 두 여배우
박은빈과 남지현은 공통점이 꽤 많다. 아역배우 출신이며, 그 시절부터 성인배우 못지않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주목 받았다. 대표작이 사극이란 점도 비슷하다. 박은빈은 서강대학교 사회과학부, 남지현은 동대학교 심리학과에 재학 중으로 동문이란 인연도 있다.
1992년 생인 박은빈은 1998년 SBS 드라마 '백야 3.98'로 데뷔했다. 출연한 드라마 개수만 벌써 27개다. 특히 드라마 '명성왕후'(2001) '왕의 여자'(2003) '태왕사신기'(2007) '선덕여왕'(2009) '계백'(2011) '구암 허준'(2013) 등 다수의 사극 작품에 출연했다.
남지현은 1995년 생으로 올해 아역배우란 수식어에서 벗어났다. 2004년 MBC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로 데뷔했으며, MBC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이요원)의 어린 시절을 맡아 초반 인기를 견인했다. 덕분에 그해 MBC 연기대상 아역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 20대 여배우 기근 방송가에 희망될까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잘 자란' 아역배우이다. 스캔들 없이 성실히 활동해왔으며, 연기력 또한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박은빈은 '구암 허준'에서 20세 연상의 김주혁과 부부로 호흡했지만, 애틋한 부부애를 그려냈다. 이번 '비밀의 문'에서도 안정적인 사극 연기와 발성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남지현은 김수현 여진구 등이 함께 아역으로 출연한 '자이언트'(2010)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명품아역'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방송가는 늘 20대 여배우 기근이라고 외친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우는 이들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다. 20대 초반의 박은빈과 남지현은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며 성장해온 배우들이다. 방송가의 새로운 희망이 될 두 사람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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