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월드가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누가 자신의 막장 수식어를 채갈까 두려워하기라도 하듯, '압구정 백야'에는 첫 회부터 혈압을 상승케 하는 요소가 가득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MBC '압구정 백야'는 특별한 줄거리도, 세세한 정보 없이 베일에 쌓여진 채 전파를 탔다. 화제가 된 것은 오로지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 공주' 이후 약 10개월 만의 복귀작이라는 것.
베일이 벗겨진 '압구정 백야'는 '오로라 공주' 그 이상이었다. 여주인공의 철 없는 행동들과 남자 주인공의 성소수자 발언까지, 그간 임성한 작가가 보였던 막장 논란을 첫 회에 집약해 넣어놓은 느낌이었다.

이날 백야(박하나 분)와 그 친구들이 '압구정 백야'의 첫 장면을 꾸몄다. 이들은 승려, 무녀, 한복 의상을 입고 클럽에 가 범상치 않은 캐릭터임을 직감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백야는 하나뿐인 올케 김효경(금단비 분)을 못잡아 먹어 안달하는 모습으로 마치 '사랑과 전쟁'을 연상케 했다.
더불어 장무엄(송원근 분)은 자신의 엄마에게 게이 발언을 하며 "요즘 게이들은 상남자에 덩치도 좋다. 엄마가 생각하는 건 트랜스젠더다. 게이들도 여러 종류가 있다"라며 앞선 작품에서 논란이 됐던 성소수자 발언을 했다.
'오로라 공주'때 화제가 된 대사 '암세포'도 등장했다. 백야가 자신의 친오빠 백영준(심형탁 분)과 대화를 하는 도중 "암세포 같은 것들"이라는 발언을 한 것. 전작에서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어이없는 대사를 넣었던 임성한 작가가 자신에게 쏟아졌던 논란에 맞서기라도 하는 듯한 행보에 시청자들은 또 한번 기함했다.
스타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후 더욱 자극적인 대사로 도마에 오르는 임성한 작가는 '압구정 백야'를 통해 또 한 번 자신이 세운 막장 기록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첫 화를 통해 자신이 만들었던 논란을 조목조목 끼워 넣은 임 작가의 대범함은 인기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 것일까. 자신에게 쏟아졌던 논란의 잣대를 역으로 이용한 모습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이날 '압구정 백야'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에는 심형탁이 특별 출연으로 표기되었는데, 극 중 올케와 갈등이 있는 백야로 미뤄볼 때, 심형탁이 일찍 사망할 가능성도 베재할 수 없다. 등장인물과의 긴밀한 관계인 인물이 일찍 죽는 것은 '오로라 공주'에서도 있었던 만큼, 임 작가가 어떤 장치로 시청자를 놀라게 할 지 관심이 쏠린다.
결과적으로 이날 '압구정 백야' 첫 화에는 평범과는 거리가 먼 여주인공 백야와 그 친구들, 올케와 시누이 간에 펼쳐지는 극과 극의 고전적인 갈등, 성 소수자를 향한 불편한 시선이 모두 담겼다. 심지어 올케를 향해 일방적인 독설 후 혼자 자기 연민에 빠져 엄마 아빠의 사진을 보는 백야와 그 뒤로 깔리는 잔잔하고 슬픈 배경 음악 마저 실소를 유발했을 정도.
화제성이 높은 막장 코드로 화려하게 막을 연 '압구정 백야'는 막장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이냐는 과제를 남겼다. 다행히 임 작가가 펼치는 기묘한 막장 코드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 지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남아 있는 듯 하다.
goodhmh@osen.co.kr
'압구정 백야'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