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워졌지만,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휴식기를 거쳤음에도 정수빈(24)의 방망이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정수빈은 리그가 재개되고 나서 치른 6경기에서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안타를 최소 하나씩 쳐냈다. 25타수 9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6경기 동안 도루도 4개나 보탰다. 시즌 타율은 3할6리까지 올라갔고, 도루도 30개가 됐다. 도루는 2개만 추가하면 개인 최다 기록이다.
지난 6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결승타도 뽑아냈다. 팀이 1-1로 맞서고 있던 11회초 2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은 초구를 지켜본 뒤 2구째에 안쪽으로 말려들어오는 임창용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외야 우측을 꿰뚫는 결승 3타점 3루타를 날렸다. 정수빈은 야마이코 나바로의 실책을 틈타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로 홈까지 파고들어 5-1을 만들었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투명해진 점은 아쉽지만, 정수빈의 후반기 타격은 놀라움 그 자체다. 전반기 2할7푼6리였던 타율은 후반기에 3할5푼9리로 올라갔고, 장타 생산 능력도 좋아졌다. 서건창(넥센 히어로즈)의 타격 폼을 모방한 것이 대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폼은 자주 바꿨는데, 이번에는 건창이 형을 따라해 봤다. 공이 더 잘 보이고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며 정수빈은 바뀐 타격 폼이 준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방망이를 쥔 손이 전보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방망이도 내려갔고, 테이크백 동작이 작아져 스윙은 간결해졌다.
정수빈은 “방망이가 밑에 있어서 공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변화구 대처도 잘 된다”고 덧붙였다. 전에 비해 방망이가 조금 늦게 나와도 되다 보니 더 오래 공을 보게 된 것이냐고 묻자 정수빈은 “그렇다”고 답했다. 시간 여유가 생겨 심리적으로도 급하지 않아 오른쪽 어깨가 일찍 열리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6일 임창용에 공에 대응하는 장면을 봐도 정수빈은 오른쪽 어깨가 열리지 않은 채 깔끔한 스윙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장타를 얻은 것은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수빈은 “예전에는 백업이라 가끔씩 큰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스윙도 컸는데, 올해는 주전으로 뛰면서 단타 위주로 많이 치자는 생각으로 했다. 올해 나온 장타는 정확하게 맞히려는 생각으로 정확히 치다 보니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만족하지 않는 자세도 타격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도 수비나 주루에서는 타격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타격은 아직 점수를 주자면 6~70점 정도다. 지금은 반짝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정수빈은 아직 자신의 타격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고 자평했다. 다음 시즌에도 팀에 남는다면 더 나은 활약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군 입대를 염두에 두고 있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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