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눈물, 다른 감정이 가능했다. ‘야경꾼일지’ 정일우가 한회에서 여러차례 눈물을 쏟았다. 이 가운데 분노도 있었고 슬픔도 존재했으며,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서 강직함도 있었다. 눈물의 농도를 달리 하며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한 정일우를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정일우는 지난 6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 19회에서 왜 자신의 부모가 죽음에 이르렀는지 진짜 진실을 알게 되는 이린을 연기했다. 이린의 아버지인 해종(최원영 분)을 연모했던 모연월(문보령 분)이 사담(김성오 분)에게 영혼을 팔았고 사담은 연월을 이용해 해종을 귀기에 씌웠다.
결국 해종은 연월과 사담의 마수에 걸려 광기에 사로잡혔고 이린을 내치고 심지어 죽이려고 들었다. 이린이 사랑하는 여자 도하(고성희 분)가 그토록 찾던 연월이 아버지를 죽게 만든 원수 사담과 결탁한 것을 알게 된 이린은 절망했다. 이때 흘린 눈물에는 사담에 대한 분노와 도하가 아버지의 죽음에 얽혀 있다는 사실에 느낀 황망함이 담겨 있었다.

이어 사담이 도하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달려들 것이라는 두려움과 슬픔에 또 한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이린은 도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독설을 하며 도하에게 이별을 고했고 또 한번 울음을 터뜨려야 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한 남자의 강단, 끝없이 찾아오는 위기와 슬픔이 담긴 복잡한 눈물이었다.
이날 이린은 한없이 울었는데 그때마다 감정이 달랐다. 그리고 정일우는 눈물에 담긴 의미를 각기 다르게 전하기 위해 눈물의 농도마저도 자유자재로 표현했다. 단순히 울어야 해서 우는 게 아니라 이린이 갖고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때마다 다르게 담겼다. 폭포수처럼 울어야 할 때는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고, 눈물을 쏟다가도 도하의 신변을 걱정해야 할 때는 눈물을 애써 머금고 도하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눈빛을 넣었다. 또한 마음에도 없는 이별을 고한 후에는 애절한 눈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사실 시청자들은 한 배우가 드라마 한 회에서 자주 눈물 연기를 하면 마지막에는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허나 정일우는 각기 다른 감정을 집어넣어 처음부터 끝까지 이린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인도했다. 정일우는 ‘야경꾼일지’에서 한층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중. 특히 눈물과 로맨스 연기에 있어서는 흠 잡을 데 없는 출중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제 눈물 농도마저 다르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됐다.
한편 '야경꾼일지'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부정하는 자와 귀신을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귀신을 물리치려는 자, 세 개의 세력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경쾌한 감각으로 그려낸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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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꾼일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