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전문 감독을 넘어 우승 감독이 될까. 볼티모어 오리올스 벅 쇼월터(58) 감독이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첫 관문을 통과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쇼월터 감독이 이끄는 볼티모어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2-1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전 전승으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디트로이트에게 한 경기도 허락하지 않고 스윕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키웠다.
특히 3차전 마지막 순간이 백미였다. 2-0으로 리드하던 볼티모어는 9회말 마무리 잭 브리튼이 올라왔지만 빅터 마르티네스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은 뒤 후속 J.D. 마르티네스에게 중견수 키 넘어가는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2-1 한 점차로 쫓겼다. 잠자던 디트로이트 타선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브리튼이 브라이언 할러데이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다음 쇼월터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쇼월터 감독의 지시는 고의4구였다. 브리튼은 닉 카스테야노스를 고의4구로 보냈다. 역전 주자까지 내보내는 위험한 작전. 하지만 브리튼은 헤르난 페레스를 3루수 앞 땅볼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경기를 끝냈다.
쇼월터 감독의 고의4구 작전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경기 후 '워싱턴포스트'는 쇼월터 감독이 마운드에서 전한 말을 그대로 실었다. "우리는 볼넷을 준다. 그 다음에는 상대가 병살타를 칠 테니까 우린 집에 가면 된다". 쇼월터 감독 말대로 경기는 병살로 끝나고, 볼티모어는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갔다.
볼티모어의 승리가 더욱 뜻 깊은 건 1997년 이후 17년만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라는 점도 있지만 쇼월터 감독 개인적으로도 포스트시즌 시리즈 첫 승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뉴욕 양키스(1992~1995)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998~2000) 텍사스 레인저스(2003~2006)를 거쳐 2010년부터 볼티모어를 지휘하며 16시즌째 보내고 있는 쇼월터 감독의 첫 쾌거였다.
양키스에서는 1995년 디비전시리즈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 2승3패로 패했고, 애리조나에서는 1999년 뉴욕 메츠에 1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2012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꺾고 디비전시리즈에 올랐지만 원게임 플레이오프로 시리즈가 아니었다. 게다가 바로 다음 디비전시리즈에서 양키스에 2승3패로 패해 큰 경기 패배 징크스를 탈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완벽한 경기력과 용병술로 3연승하며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했다. 쇼월터 감독은 "승리하는 것을 보는 건 즐겁다.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행복하다. 우리는 또 기회를 얻었으니 도전은 계속 된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기뻐했다. 투수 앤드류 밀러는 "좋은 코치와 감독들을 많이 만났지만 쇼월터처럼 어떤 것에든 준비된 감독은 못 봤다"고 존경을 표했다.
그동안 쇼월터 감독은 리빌딩 전문 감독으로 평가됐다. 양키스와 애리조나는 그가 팀을 만들고 떠난 이듬해 곧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볼티모어에서 팀을 만들고 직접 우승까지 넘본다. 볼티모어는 오는 11일부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7전4선승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갖는다. '쇼월터 매직'이 로열스 드라마마저 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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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