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유나의 거리’ 김운경 작가, 이토록 가슴을 후벼 팔수가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4.10.07 09: 34

‘유나의 거리’ 김운경 작가가 매회 정감 넘치면서 가슴 뭉클한 스토리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단순한 드라마의 즐거움보다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벼 팔 정도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사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JTBC 월화드라마 ‘유나의 거리’(극본 김운경, 연출 임태우)는 팍팍하고 치열한 일상에 지치고, 막장드라마가 지겨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한다. 특히 드라마 ‘서울 뚝배기’,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 등을 통해 고단한 서민들의 세상살이를 생생하고 재미나게 풀어낸 김운경 작가가 ‘유나의 거리’에서도 삼류인생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김운경 작가의 매력은 남녀주인공만을 위한 스토리가 아닌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사연을 세심하게 터치해 감동과 재미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방송된 39회분에서도 김운경 작가 특유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장 노인(정종준 분)과 후배 독사가 함께 병실에서 지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그러했다.
화투를 열정적으로 치다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장 노인은 젊은 시절 라이벌이었던 또 다른 조폭 독사를 만났다. 그러나 독사의 모습은 과거와는 정반대였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환자였던 것.
병실에서 만난 장 노인과 독사는 과거 피 터지게 영역 싸움을 벌였던 조폭들이 아니었다. 그저 세월의 고단함을 겪을 대로 겪은 백발의 노인들이었다. 치열하게 다퉜던 것도 잊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장 노인은 독사를 옆 침대에서 돌보기 시작했다.
이날 방송에서 독사는 고통을 참을 수 없을 만큼 위독해졌다. 그러나 독사는 장 노인에게 소리도 안내겠다며 병실을 같이 쓰게 해달라고 했고 간호사가 장 노인의 건강을 위해서 병실을 바꾸겠다고 하자 장 노인은 이를 거절했다.
독사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고 더 이상 손쓸 수 없어 결국 요양원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장 노인은 독사에게 가짜 비그라를 건네며 “너 나보다 먼저 저승에 가면 안된다. 퇴원해서 몸 좋아지면 한 번 써 먹어라. 꼭 써먹어 보겠다는 희망을 가져라”라고 응원했다.
장 노인은 떠나는 독사를 보며 손을 들어 인사했고 독사도 장 노인을 향해 인사했다. 이들의 인사는 마지막이었다. 장 노인은 독사가 떠난 후 창만(이희준 분)에게 “저 비그라가 가짜인지 넌 알지? 가짜인 줄 모르고 저 불쌍한 독사 놈이 그걸 꼭 손에 쥐고 좋다고 웃으면서 가네. 나한테 속았더라도 기왕 가는 저승길 웃고 가야지. 독사야 잘 가거라”라고 울음을 꾹 참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람이 죽음을 맞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운경 작가의 손을 거쳐 그려진 이 장면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소소한 사건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결국 눈물을 터뜨리게 하는 것, 그것이 김운경 작가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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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유나의 거리’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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