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뭐라 해고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토요타자동차가 렉서스 브랜드로 또 하나의 하이브리드 세그먼트를 내놓았다. 유럽 발 디젤차의 엄청난 파고를 ‘미래지향적인 철학’으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선언’처럼 말이다.
6일, 인천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열린 렉서스 NX300h 런칭 행사에서 요시다 아키히사 렉서스 코리아 사장은 하이브리드에 대한 토요타의 유별난 사랑을 또 한번 확인했다. “디젤도 훌륭하지만 하이브리드가 더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토요타와 렉서스 관계자들에게 “디젤을 내놓을 생각은 없는가”는 질문을 하는 게 이제는 무의미하게 들릴 지경이다.
렉서스의 고집은 분명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그렇다고 당장의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6일의 NX300h 시승행사에 참가하면서 이 차를 가장 현실감 있게 타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해 봤다. 하이브리드의 친환경성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접하면서 우선 드는 생각은 대단히 연비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차체가 큰 차, 예를 들면 SUV 같은 차급에 가면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량들이 워낙 고연비를 실현해 놓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이브리드의 원리가 자동차의 운행 과정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모아 뒀다가 전동기로 구동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렉서스 최초의 콤팩트 크로스오버 SUV라는 NX300h도 하이브리드가 봉착하고 있는 현실을 완전히 뛰어넘지는 못한 듯하다. 대한민국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복합 연비가 12.6km/ℓ였다. 놀랄만한 수치는 아니다. 오히려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고속도로 연비가 12.2km/ℓ인데 도심 연비가 13.0km/ℓ였다. 혹시 잘못 표기된 것은 아닌가 재차 확인했지만 틀림이 없었다. 도심에서의 연비가 고속도로에서보다 더 나오는 기현상(?)을 보이는 차가 렉서스 NX300h였다.

6일의 시승행사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을 출발해 영종도-송도를 돌아 다시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 도착하는 137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소마미술관에서 올림픽대로 한남대교 구간까지는 월요일 아침, 서울 도심의 출근길 정체를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 한남대교 이후 구간은 정체는 없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이 오히려 불리하다는 고속도로 구간이었다.
정체 구간에서의 연비는 오히려 걱정이 없었다. 브레이크를 자주 밟아야 했고, 그때마다 차량을 정차시키는 제동력이 축전지에 전기 에너지로 쌓였다. 이 전기에너지는 저속구간에서 차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쓰였다.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정속 주행만 해서는 연비가 오르지 않았다. 최근 ‘에코 운전법’으로 운전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퓨얼 컷’을 동원했다. 정속 주행을 하다가 속도를 줄여야 되는 구간이나 내리막 구간에서는 액셀러레이터에서 아예 발을 떼는 ‘퓨얼 컷’을 사용하자 연비가 치솟기 시작했다. 기껏 벌어 둔 연비는 경제 속도 구간을 벗어나는 순간 여지없이 떨어졌다. 적절히 ‘퓨얼 컷’을 사용하고 때때로 전기모드로 운전을 하면서 잃었던 연비를 복구했다.
기자가 탄 차량이 137km 완주하고 얻은 연비 수치는 19.2km/ℓ였다. 연비에 신경 쓰지 않고 양껏 차량의 퍼포먼스를 체험한 차량이 10km/ℓ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고, 일반 사용자에 가깝게 운전을 한 차량들이 16km/ℓ 내외의 연비를 얻었다.

사실 연비에 신경 쓰는 운전자도 운전습관으로 어찌할 수 없는 구간이 바로 도심 구간이다. NX300h는 운전자가 손 쓸 수 없는 도심 구간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연비를 책임지고, 운전 습관으로 에코 드라이빙이 가능한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운전자에게 연비 책임을 맡기는 구조로 이해 됐다.
렉서스 관계자도 공식 연비와 실제 연비의 차이를 언급하며 “렉서스 하이브리드는 토요타 하이브리드와는 달리 연비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정숙성과 함께 퍼포먼스도 함께 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비에서 자신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충분히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렉서스 NX300h는 ‘Supreme’과 ‘Executive’, 두 가지 트림으로 국내에 출시 되는데 가격은 각각 5,680만원과 6,3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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