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분명 좋은 투구였다. 류현진(27, LA 다저스)이 복귀전에서 호투하며 팀에 한가닥 위안을 안겼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가을 DNA까지 과시했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3회 카펜터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고는 실점이 없었다. 1-1로 맞선 7회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류현진은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한 경기였다.
사실 불안감이 많았던 등판이었다. 류현진은 9월 13일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 당시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수에 민감한 부위라는 점, 그리고 올 시즌 이미 비슷한 부위의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다녀왔다는 점은 껄끄러웠다. 여기에 정규시즌 막판 일정을 건너뛰었다는 점에서도 실전 감각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의 자신감대로 류현진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캐치볼, 불펜 피칭, 시뮬레이션 피칭 등으로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간 류현진은 직구 구속, 구위, 제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간의 류현진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매 순간 집중하며 전투력이 더 좋아지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 톡톡히 효과를 봤던 슬라이더 비중은 줄였지만 커브와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위기관리능력도 여전히 빼어났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류현진의 모습 그대로였다.
비록 팀이 패해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은 알 수 없게 됐지만 가을에도 충분히 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수확이었다. 류현진은 지난해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부진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호투했고 이날도 좋은 투구를 보임에 따라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을 3.60에서 2.81로 낮췄다. 여기에 올 시즌 원정에서 강했던 모습까지 재과시하며 의미있는 등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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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스타디움(세인트루이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