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 LA 다저스)이 복귀전에서 호투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올 시즌 톡톡한 효과를 봤던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인 것은 결과적으로 세인트루이스 타선의 허를 찌르며 대성공을 거뒀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9월 13일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 이후 24일 만의 등판에 중요한 경기, 그리고 원정 경기였지만 류현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3회 카펜터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고는 실점이 없었다. 2회 무사 1,2루 위기를 슬기롭게 탈출한 것은 경기 초반 다저스에도 큰 의미가 있었다. 6회까지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가며 상대 선발인 존 래키와의 팽팽한 투수전을 만들었다. 비록 1-1로 맞선 7회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누가 뭐래도 류현진은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한 경기였다.

직구 구속, 구위, 제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소의 류현진과 큰 차이는 없었다. 어깨 부상의 여파는 크지 않아 보였고 위기관리능력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바로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이었다. 당초 체인지업이 주무기였던 류현진은 올 시즌 구속을 높인 고속 슬라이더를 장착하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13.9%였던 슬라이더 비율은 올해 15.8%로 높아졌다. 대신 체인지업은 22.3%에서 18.8%도 떨어졌다.
때문에 이날 경기 관건으로 류현진의 슬라이더를 세인트루이스 타선이 얼마나 잘 받아치느냐로 정리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날 직구 구사 비율은 평균적으로 가져가는 대신 슬라이더보다는 체인지업과 커브의 구사 비율을 높이며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날 류현진의 구종 구사 비율은 패스트볼 계통이 54%, 커브가 22%, 체인지업이 20%, 그리고 슬라이더는 고작 4%였다.
아무래도 어깨 부상에서 회복된 뒤 첫 등판이라 슬라이더의 위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경기 초반 몇 차례 슬라이더를 썼지만 평소보다 낙차와 예리함이 줄어든 양상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류현진은 즉시 레퍼토리를 바꿔 세인트루이스를 상대하는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은 체인지업, 커브 등에 연달아 삼진을 당하며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 결과적으로 잘 먹히지 않았던 슬라이더가 호투의 비결 중 하나가 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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