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SK가 ‘천적’ NC, 그리고 이재학(24)에게 또 당하는 듯 했다. 그러나 마지막 자존심이 꿈틀거렸다. 9회 역전극을 만들어내며 그간의 고전을 씻어냈다.
SK는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8회까지 0-1로 뒤지고 있었으나 9회 조동화의 스퀴즈 번트와 박정권의 끝내기 안타로 이재학을 무너뜨린 끝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4강 싸움에서 1패가 치명적인 것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향후 불씨를 되살리는 끝내기 승리였다.
사실 경기는 쉽지 않았다. 이날 히든카드로 등판한 선발 문광은이 5이닝까지 1실점으로 버티는 등 호투를 이어갔으나 상대 선발 이재학에 꽁꽁 묶인 타선이 문제였다. SK 타선은 6회까지 이재학을 상대로 딱 하나의 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이런 경기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평소 이재학의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던 SK는 이날도 이재학을 상대로 별다른 반전의 희망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재학은 통산 SK와의 8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천적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특히 SK 타자들은 이재학의 체인지업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이날도 그런 양상이 되풀이됐다. 4강에 대한 절박함도 이런 경기에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1회 선두 타자로 나선 이명기가 안타를 쳤고 6회 김성현이 볼넷을 고른 것이 전부였다. 득점권에 주자는 딱 한 번 보냈는데 이는 6회 김성현의 볼넷과 도루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한 마디로 쳐서는 이재학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투구수도 불리지 못하며 이재학이 오랜 기간 마운드에 올라 있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봐야했다. 이재학은 6회까지 단 71개의 공만을 던졌다.
하지만 9회 집중력을 발휘했다. 평소 주역들이 아닌 선수들의 빛났다.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임훈은 중전안타를 치며 물꼬를 텄다. 그리고 박진만은 침착하게 희생번트로 대주자 김재현을 2루로 보냈다. 이어 김재현은 기습적인 3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이어 조동화는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경기는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박정권이 끝냈다.
SK는 지난해 신생팀이었던 NC에 유독 약했다. SK는 지난해 NC와의 경기에서 6승10패를 기록했다. 1군 첫 진입이라 전력이 약했던 NC가 유일하게 상대 전적에서 앞선 팀이었다. 만약 이 상대 전적이 뒤바뀌었다면, SK의 4강행 희망은 마지막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SK는 올해 NC와의 상대전적을 8승8패로 만들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만약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가진 NC와의 2경기에서 모두 졌다면 시즌 끝까지 NC의 이름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지만 SK의 저력은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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