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하지만 코믹하고, 까칠하지만 따뜻한 ‘차유진’ 선배가 안방극장을 찾는다. 특히 차유진이 보이는 까칠함의 바탕이 될 천재적인 지휘 솜씨가 안방극장 시청자의 가슴을 어떻게 울릴지가 관건인 가운데, ‘차유진’ 역의 배우 주원은 “김명민 선배의 지휘자 캐릭터를 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주원은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의 제작발표회보다 하루 앞선 지난 7일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모닝캄빌리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에 임하는 누구보다 진지한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기대를 당부했다.
특히 주원은 일본 원작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 선배라는 막강한 비교대상에 대해 “감독님은 원작을 보지 말라고 하셨지만, 나는 이미 그 작품의 팬이었다”며 “내가 애초에 치아키 선배를 똑같이 표현할 수 없다. 굳이 원작 캐릭터룰 따라갈 생각은 없다. 원작에 있는 상황, 연출은 비슷할 수 있지만 배우들은 다른 느낌일 것”이라면서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을 언급했다.

주원은 원작의 ‘치아키’가 아닌, 국내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김명민과의 차별점에 중점을 뒀다고. 주원은 “아무래도 훌륭한 원작이 있었고, 우리나라에는 김명민 선배의 지휘자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걸 넘고 싶어서 굉장히 노력했다”며 “‘왜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해?’ 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그런데 이미 ‘베토벤 바이러스’의 지휘자 캐릭터가 있으니, 그 이상을 훌륭하게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연습을 더 많이 했다. 원작보다 곡수도 2배가 넘는다. 연습을 그만큼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시간이 없어도 하루에 한두 시간은 꼭 연습했다”고 밝혔다. 주원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지휘 연습에 돌입했다고.

때문에 이날 공개된 주원의 지휘 연습 영상에서는 주원이 양손을 이용해 지휘를 시작하는 걸음마 단계부터 오케스트라를 압도할만한 깜짝 놀랄 정도로 성장한 모습이 압축적으로 담겨있어 시선을 끌었다. 주원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실력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주원은 한국 드라마의 지휘자 캐릭터인 ‘강마에’를 ‘뛰어넘겠다’는 것과는 다른 지점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넘는다’기 보다는 다르다. 강마에와 차유진은 기본적인 지휘나 분위기, 표정, 이런 것들이 다르다. 김명민 선배는 경험과 연륜이 있어 표정에서 풍기는 건 나보다 열수 위다. 그런데 나는 스킬적인 부분을 확실히 더 오래 연습했다. 지휘는 한손만 써도 되고, 양손만 써도 된다. 그런데 내가 굳이 양손을 다르게 쓰겠다는 건, ‘강마에’와는 다른 지휘자를 연기하겠다는 거다. 실제 모든 지휘자의 스타일이 다르다. 이미 시청자들은 나에게서 김명민 선배와 똑같은 스타일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다른 지휘자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
자신만의 ‘차유진’ 캐릭터를 영리하게 설정하고, 이미 단단한 굳히기에 돌입해 흠뻑 몰입한 듯한 주원은 ‘설내일’ 역 심은경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자신의 분석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심은경은 엄청난 하이톤이고, 나는 그걸 누른다. 초반에 촬영할 때 그게 고민이었다. 은경이 톤을 따라가야 하나, 잡아야 하나. 감독님은 따라가라고 했는데, 나는 잡고 싶었다. 그래서 내일이 톤을 잡고 간다. 감독님도 편집본을 보고 그러길 잘했다고 했다. 지금은 나도 은경이도 스트레스가 대단하다. 서로가 자기 캐릭터를 고민하고 열심히 하는데 바쁘다. 얼마 전에도 둘이 피아노 치는 장면을 찍는데, 톤에서의 문제가 부딪힌 적 있다. 지금은 서로 그걸 맞추기가 바쁘다. 사실 은경이를 추천한 건 나였다. ‘설내일’ 역에 은경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처음에 은경이가 생각 안 날 때는 누가 하면 잘할지, 막막했다. 고민이 많았는데, 은경이가 떠오르는 순간 너무 잡고 싶었다. 은경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클래식도 좋아한다. 나는 거기까지는 몰랐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딱이구나’ 싶었다.”

‘굿닥터’, ‘7급공무원’, ‘각시탈’, ‘오작교 형제들’, ‘제빵왕 김탁구’ 등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신기하리만치 대중에 큰 사랑을 받았다. 때문에 ‘믿고 보는 배우’, ‘KBS 시청률 효자’ 등의 타이틀을 진작에 거머쥔 주원이지만 이는 주원의 작품 고르는 눈이 탁월하다는 말도 되고 그가 늘 안전한 길을 택했다는 말도 될 수 있다.
주원은 “나는 그동안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을 하지는 않았었다. 내가 물론 극적이고 진중한 작품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서는 둘 다 해당되는 거 같다. 어른들은 클래식을 듣고 싶어 할 수 있고, 기본적인 작품 색깔은 10~20대 친구들이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내가 안했던 새로운 것 때문에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대중이 내게 가장 원하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넘어서 대중적인 높은 인기가 입증하듯 더는 새로운 것이 파고들 틈이 없을 것 같은 완벽한 원작에 ‘강마에’라는 지휘자 캐릭터가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파격적인 시도로 또 한 번 안방극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주원. 시청률 욕심도 솔직히 드러냈다.
“‘역시나 시청률이 잘 나오는구나’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내가 보기엔 재밌으니 이게 잘 됐으면 좋겠다. 나를 향한 수식어는 부담스러운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런데 누가 무너지고 싶겠나. 꼭 나 때문이 아니어도, 시청률이 잘 나와서 ‘주원이 나온 작품이 또 잘됐구나’ 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한 '내일도 칸타빌레'는 클래식에 대한 꿈을 키워가며 열정을 불태우는 열혈청춘들의 사랑과 빛나는 성장 스토리를 담는다. '연애의 발견' 후속으로 오는 13일 밤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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