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LA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만났다. 1차전은 클레이튼 커쇼, 2차전은 잭 그레인키가 선발로 나서 1승 1패를 기록했고 승부가 걸린 3차전 선발로 류현진이 예고되었다.
당시 미국 기자들은 "신인 류현진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지 않겠냐"는 질문을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에게 계속해서 던졌다. 그러자 매팅리 감독은 "그는 신인이 아니다. 올림픽 결승전에 나간 금메달리스트다. 당신들이 그 경기를 봤다면 그와 같은 질문은 안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은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서 긴장한 탓인지 본인의 수비실수까지 겹쳐 3이닝 4실점을 했지만, 다음 경기였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 선발로 나서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펼쳤다.

그리고 올해 다저스는 다시 지구 선두로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고 이번엔 세인트루이스와 일찍 만났다. 1,2차전에서 또 1승씩 나눠가진 가운데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6이닝 1실점, 류현진은 호투를 펼쳤지만 부상 복귀전이라 공 94개만 던졌고 동점 상황에서 내려갔지만 불펜 방화로 다저스는 패배를 당했다.
비록 다저스는 패했지만 류현진은 또 한 번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에서 뛸 당시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에이스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국가대표 에이스였다. 때문에 모든 국제대회 마지막 투수는 류현진이었다. 일찌감치 여러 경험을 했기 때문에 큰 무대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류현진의 통산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성적은 3경기 1승 16이닝 5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2.81이다. 비록 표본은 적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평균자책점 3.17보다 낮다. 팀 동료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커리어 통산 평균자책점 2.48이지만 통산 포스트시즌은 10경기 45이닝 1승 4패 평균자책점 5.20인 것과 대조적이다.
류현진이 얻은 게 있다면 큰 경기에 강하다는 모습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증명한 것이다. 가을에 특히 강한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의 몸값에는 일종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제 풀타임 2년을 채운 류현진, 다저스와의 계약은 6년이다. 그렇지만 '옵트아웃' 조항이 있다. 류현진은 계약 당시 750이닝을 채우면 5년 만에 FA 자격을 얻는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연평균 150이닝인데 올해까지 류현진은 344이닝을 던졌다. 남은 이닝은 406이닝, 앞으로 3년 평균 135이닝을 던지면 FA 자격을 얻게 된다.
지금 기세라면 어렵지 않은 조건이지만 부상과 기량 등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 그래도 류현진이 이 모든 조건을 뚫고 5년 만에 FA 신분이 되더라도 만 31세밖에 안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한창 때인데, 지금 성적을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포스트시즌 활약까지 더해지면 몸값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진출 2년 모두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고 있는 류현진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행운은 류현진이 팀 3선발로 가운데를 지켜준 덕분에 생긴 것이다. 1승 2패로 벼랑에 몰린 다저스, 류현진이 이번 가을 다시 한 번 큰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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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