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LA 다저스를 이끈 명장 토미 라소다 감독(현 고문)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포스트시즌 탈락 팀의 팬에게 가장 슬픈 날은 정말로 시즌이 끝나는 날보다 시즌이 ‘사실상’ 끝나는 날일 것이다. 바로 가을잔치의 희망이 꺾이는 그 날이다.
두산 베어스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다. 9경기를 남긴 두산은 LG에 4.5경기차로 뒤져 있다. 남은 9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승차가 없어지고, LG가 2승 3패를 하게 되면 0.5경기 앞서 승률 싸움에서 LG를 제칠 수 있다. 하지만 전승을 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기에 두산의 희망은 작아질 만큼 작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에 앞선다 해도 현재 두산에 3경기 앞선 SK도 남아 있다. 사실상 두산의 4강은 어렵다.
문제는 안방에서 LG를 맞아 싸우는 경기가 두산의 가장 슬픈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두산의 잔여경기에 상관없이 LG가 9일 잠실 KIA전에서 승리하면 11일부터 있을 잠실 2연전에서 LG가 두산을 한 번만 이기더라도 두산은 LG와의 승률 싸움에서 이길 수 없게 된다. 남은 경기를 다 이겨도 달성 가능한 최고 순위는 5위다.

다시 풀어 설명하면 LG는 9일 잠실 KIA전을 잡을 경우 61승 2무 61패가 된다. 그리고 두산전 2경기 중 1경기만 이기면 남은 경기를 다 놓쳐도 62승 2무 64패로 정규시즌을 마친다. 반면 두산은 LG전에서 1번만 패하면 나머지 경기에서 8전 전승을 거둬도 62승 1무 65패다. 이럴 경우 LG의 승률은 4할9푼2리, 두산의 승률은 4할8푼8리다.
반면 LG가 9일 잠실 KIA전에서 어떤 결과를 내든 두산은 8일 잠실 KIA전과 9~10일 대전 한화전에서 2승 1패 이상을 올리고 LG와의 잔여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면 안방에서 LG가 축배를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4강에 올라가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이것만큼은 저지하고 싶은 것이 두산의 심정일 것이다.
두산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가정이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3승 1패로 승리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지만, 정규시즌의 마지막은 두산의 눈물로 끝났다. 당시 두산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2-5로 패해 4위가 됐고, LG는 16년 만에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 역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더 슬픈 것은 이번엔 LG에 패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 확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LG가 4위를 유지한다면 두산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LG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집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처지(2013 시즌은 동반 진출)가 된다. 3년 만에 가을잔치에서 밀려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할 일인데 탈락의 마침표를 LG가 찍어주는 격이다.
두산에게 있어 LG와의 잠실 라이벌전은 항상 중요하지만, 남은 2경기는 더 중요하다. LG전 2경기에서 승리를 얻어내는 것은 미약하게나마 살아있는 4강의 희망을 이어가는 최선의 길이기도 하다. 실낱같은 희망, 그리고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은 라이벌전 승리뿐이다.
최악은 LG를 만나기도 전에 고개를 떨구는 것이다. LG가 9일 승리하고 두산이 8~10일 경기에서 1승 2패로 주춤하면 4강 희망은 끝난다. LG가 9일에 승수를 쌓지 못하더라도 두산이 3연패하면 마찬가지로 4위가 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모두 사라진다. 두산은 계산 없이 무조건 매 경기 승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