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지난 7일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선수들을 직접 지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10일(파라과이전)과 14일(코스타리카전)에 열리는 두 차례의 A매치를 위해 23명의 선수들을 7일 파주 NFC에 소집해 미팅과 훈련을 진행, 자신의 전술과 앞으로의 운영 방안 등을 전달했다.
취재진도 슈틸리케 감독이 걷고자 하는 앞으로의 길에 대해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단기적인 목표는 없다. 내 앞에 있는 아시안컵과 러시아 월드컵의 시기가 다른 만큼 단기적인 목표가 없다"며 "축구팬들의 가슴에 와닿는 축구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훈련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와 매 경기 승리를 거둬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물론 걱정의 시선도 있다. 새롭게 대표팀을 맡은 만큼 선수들에 대한 이해와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을 선수들이 익히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기성용은 "감독님이 새로 온 만큼 모든 것이 낯설다. 지금 당장 100%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조금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새로운 감독님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7일 파주 NFC에 들어선 이청용도 "슈틸리케 감독님과 서로에 대해 많은 걸 모른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명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에게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기약없이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아니 슈틸리케 감독이 언제까지 팀을 완성시켜야 할까.
슈틸리케 감독은 "단기적인 목표는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도 무조건적인 기다림의 요청은 할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은연 중에 타협점을 제시했다. "말로 어떻게 할 것이다고 하는 것은 싫다"고 밝힌 슈틸리케 감독은 "그러나 하나의 축구 철학을 가지고 10월 두 경기서 다른 모습을 보이더라도 대표팀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며 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기다린다고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시안컵 전까지 확정된 친선경기는 11월까지 총 4차례다. 아시안컵 전에 열리는 경기까지 포함하면 좀 더 늘어나지만, 가끔 만나는 대표팀을 완성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 것과 같이 대표팀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는 시간이다. 발전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슈틸리케 감독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발전 여부는 경기 외적인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에 취임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FIFA 랭킹은 매달 A매치를 마친 이후 주기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현재 63위까지 내려와 있는 한국 FIFA 랭킹의 변동 정도를 통해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1월에 열리는 호주 아시안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대표팀이 긍정적인 변화, 그리고 발전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마감 시한을 정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러나 발전의 모습이 멈춘다면 그 때의 대표팀이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올라왔는지 여부를 판단한 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의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
OSEN 허종호 기자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