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S’라인, BMW의 ‘M’라인, 벤츠의 ‘AMG’라인. 모두 각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의 라인업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속도와 힘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고성능 모델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지만 최소 8000만 원~9000만 원의 가격대로 시작되는 이들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실망만 하고 있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거의 반값으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모델들이 있으니 말이다.
지난 2일 폭스바겐코리아는 신형 ‘시로코 R라인’을 출시하면서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서 ‘시로코 R라인’과 ‘골프 GTI’ ‘골프 GTD’의 성능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위 3개 모델로 인제 서킷을 직접 돌아볼 수 있는 ‘트랙’과 현역 레이서가 운전하는 ‘택시’, 그리고 ‘골프 GTI’와 ‘골프 TDI’의 제동 성능을 알아볼 수 있는 ‘드래그&브레이킹’과 슬라럼, 8자 코스 등으로 이뤄진 ‘짐카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인제 서킷은 국내 서킷 중 도로의 고저차가 40m로 가장 심하고, 곡선 구간 또한 가장 많아(약 20개) 고속 주행 시의 제동 성능과 코너링을 알아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시작은 ‘골프 GTI’였다. 어수룩하게 생긴 게 서킷에 들어서자마자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선두차량의 빠른 속도를 액셀만 밟았다 하면 곧잘 따라갔다.
‘골프 GTI’의 직선코스에서의 가속성능은 서킷이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조수석의 동승자뿐만 아니라 운전자도 머리가 뒤로 쏠리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급가속 시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이는 ‘골프 GTD’도 마찬가지. 하지만 두 차량은 코너에서 특히 다른 매력을 뽐냈다. ‘골프 GTI’는 빠르게 코너에 진입한 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코너를 밀고 나오듯이 빠져 나온 반면 ‘골프 GTD’는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튀어나오듯 코너 후반부를 탈출 했다.
계속해서 이어진 코너링에서 두 모델은 주행 전 폭스바겐 관계자들부터 전문 드라이버들까지 강조하던 전자식 디퍼렌셜 록(XDS+) 기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기자가 전문 드라이버는 아니다 보니 곡선에서 브레이크 타이밍을 놓치거나 강약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코너링이 깔끔하지 못해 전륜구동 차량 특유의 언더스티어링이 발생하려고 하면 XDS+가 즉각 반응, 미끄러지지 못하도록 바퀴를 잡아주는 것이 느껴졌다.
서킷이라고 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극한으로 몰아붙여 확인 한 ‘골프GTI’와 ‘GTD’의 성능은 퍼포먼스카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택시’ 프로그램에서 함께한 레이서는 평소 경기의 80%의 수준으로 주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골프 GTI’를 몰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쿠페 형태의 ‘시로코 R라인’은 낮은 차고와 가벼운 차체를 뽐내며 ‘골프’보다 적은 전자장치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골프 못지 않은 주행성능을 보여줬다. ‘골프’ 두 모델이 묵직하면서도 단단하고, 터프하게 서킷을 누볐다면 ‘시로코 R라인’은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모습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퍼포먼스카를 보유하고 싶으면서도 공격적이지 않은 운전습관을 갖고 있는 운전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차량이다.
여기에는 한국타이어의 ‘한국 타이어 벤투스 RS3‘도 한 몫 했다. 디젤과 가솔린, 두 대의 ‘골프’는 고성능 또는 경기용 차량에 쓰이는 ‘한국 타이어 벤투스 RS3‘로, ‘시로코 R라인’은 일반 타이어로 서킷을 달렸다. 이 때문에 ‘시로코 R라인’은 ‘골프’보다 가벼운 움직임을 보였지만 노면에 닿는 느낌이 현저하게 달랐다. 반응이 더딘 것은 당연했는데, 이보다는 ‘지저분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싶다.
‘드래그&브레이킹’에서는 같은 ‘골프’라 하더라도 고성능과 일반 모델로서의 풀가속과 풀브레이킹 성능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골프 TDI’와 ‘골프 GTI’는 약 200m의 직선 코스에서 미리 타이트하게 조정된 브레이킹 타이밍부터가 달랐다. 가속 성능이 더 뛰어난 ‘GTI’의 브레이킹 타이밍을 알려주는 라바콘이 출발점에서 더 근거리에 설치돼 있었다. 풀가속 후 정해진 위치 안에 정확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라바콘 위치에서 풀브레이킹을 해야 했는데, 이 또한 ‘GTI’가 ‘TDI’보다 더 정확하고, 민감하게 반응, 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짐카나’는 ‘폴로 1.6TDI’로 진행 됐다. 슬라럼을 시작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헤어핀, 그리고 8자형 코너, S자형 코스와 급선회 후 주차까지 꽤나 복잡하게 코스가 구성돼 있었다.
‘짐카나’에서는 무엇보다도 ‘폴로 1.6TDI’의 단단한 차체와 복원력에 감탄을 금할 수 가 없었다. 짧은 코스를 다양한 코스로 화려하고도 빠르게 주행하기 위해 가속과 급격한 방향 전환이 이뤄졌는데, 고속에서 급회전을 해도 한쪽으로 쏠려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기 전에 먼저 중심을 잡아줬다.
또, 8자형 코스에서는 앞서 트랙에서 ‘골프’를 통해 만나본 ‘XDS+’ 기능으로 큰 밀림 없이 다음 코스로 진입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의 코스 이탈 없이 주차까지 완벽했던 ‘폴로 1.6 TDI’는 타는 내내 소형차라는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성능과 주행안정성을 발휘했다.
이날 행사의 프로그램들로 확인 된 사실은 ‘골프’와 ‘시로코’의 퍼포먼스 모델로서의 가능성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1/2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그들 못지 않은 ‘펀 두 드라이브’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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