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시리즈 전적 1승 3패를 기록하며 올 시즌을 마감했다. 최강의 선발진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였으나 포스트시즌에선 그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다저스는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세인트루이스와의 4차전서 2-3 역전패를 당하면 이날 경기를 끝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서 물러났다. 믿었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6)는 1차전에 이어 7회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당초 다저스 선발진은 포스트시즌 진출 팀 중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으로 이어지는 든든한 3선발에 댄 해런이 뒤를 받치고 있어 어느 팀보다 견고해보였다. 4명의 투수가 합작한 승수만 65승. 다저스 선발진 전체가 76승을 기록하며 양대 리그를 통틀어 선발 최다승을 올렸다.

올 시즌 사이영상에 최우수선수상(MVP)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커쇼는 21승 3패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할 정도로 독보적인 에이스였다. 여기에 2선발 그레인키도 2009 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이 경험이 있어 다저스의 원투펀치는 ‘사이영상 듀오’로 불렸다. 올 시즌도 17승 8패 평균자책점 2.71의 좋은 기록을 세웠다.
다저스 선발진의 강점은 원투펀치를 받쳐주는 선수들이 있다는 점. 3선발 임무를 맡았던 류현진은 지난해와 같은 승수를 올리면서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로 활약했다.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있었지만 복귀 때 마다 기대 이상의 피칭을 보였다. 해런(13승 11패 평균자책점 4.02)도 4선발 이상의 성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특히 해런은 9월 5경기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 선발 투수만으로 버티는 건 한계가 있었다. 상대 타자들이 더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 또 정규시즌보다 작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경기가 예상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저스도 이 의외성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먼저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선 커쇼의 붕괴가 가장 뼈아팠다. 커쇼는 1회 랜달 그리척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16타자를 연속 범타처리하는 위력을 과시했다. 다저스도 5회까지 6점을 지원해줘 첫 승이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커쇼는 6회초 맷 카펜터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뒤 7회 대거 6실점으로 무릎을 꿇었다. 문제는 커쇼가 5개의 안타를 허용하는 동안 벤치의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는 것. 결국 커쇼를 길게 끌고 간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됐다.
2차전에선 그레인키가 7이닝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눈앞에 뒀다. 7회까지 103개의 투구수로 충분히 더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돈 매팅리 감독은 교체를 선택. J.P. 하웰이 마운드를 이어받았고 8회 바로 투런포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다저스는 가까스로 역전에 성공하며 시리즈를 1-1 타이로 만들었으나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3, 4차전에도 잇따라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있었다. 24일 만의 등판으로 가장 의문부호가 붙었던 류현진은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94개의 적은 투구수였다. 당초 한계 투구수가 정해졌고 부상에서 돌아온 뒤 첫 번째 경기라 바로 불펜진을 가동했지만 구원 투수들이 마무리 켄리 젠슨까지 공을 넘기지 못하고 1-3으로 패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스캇 엘버트를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올린 것도 패인이었다.
이로써 다저스는 2년 연속 세인트루이스에 덜미를 잡혔다. 분명 불펜에 불안 요소가 있었음에도 매팅리 감독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빅게임’ 불펜 운용에 있어서도 부족함을 드러냈다. 정규시즌에서 위력적이었던 막강 선발진도 감독의 경기 운영 앞에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과연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다저스가 다음 시즌을 앞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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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그레인키-류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