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28, 두산 베어스)은 지난 시즌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운 투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데뷔 첫 승을 시작으로 10승을 거두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의 맹활약과 유려한 입담은 유희관의 상품가치를 크게 높였다.
가장 빠른 공의 구속이 130km대 중반에 그칠 정도로 유희관은 느린공을 던진다. 그래서 10승을 따냈음에도 이번 시즌을 앞둔 그의 이름 뒤에는 항상 물음표가 붙었다. 유희관을 향한 시선에는 대부분 기대와 걱정이 반씩, 때로는 우려가 더 많이 섞여있기도 했다.
이를 잘 아는 유희관도 더는 이런 시선에 상처받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했다. 유희관의 올해 목표는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시즌을 마치는 것이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밝혔던 유일한 개인적 목표이기도 하다.

그 목표는 성공적으로 달성됐다. 유희관은 올해 29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이 선발로 나선 것이 바로 유희관이다. 리그 전체로 봐도 29회의 선발 등판은 앤디 밴헤켄(넥센, 30회)에 이어 크리스 옥스프링(롯데)과 공동 2위다. 물론 국내 투수 중에서는 단연 1위에 해당한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팀 성적이 4위 안에 들지 못하고 있어 아직은 절반의 만족만 얻은 시즌이다. 유희관은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포스트시즌에 가서 팀이 우승해야 만족스러울 것 같다. 올해 목표는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런 점에서는 만족한다”며 이번 시즌 마음에 드는 점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따로 떼어 설명했다.
개인 성적에 있어 실패하지 않았다고 자평한 유희관은 이번 시즌 현재까지 토종 최다이닝 투수이기도 하다. 12승 9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 중인 유희관은 171⅓이닝을 책임져 국내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유희관의 뒤에 양현종(KIA, 165이닝), 김광현(SK, 162⅔이닝) 등이 있다.
개인 성적보다 항상 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유희관이지만, 그런 유희관에게도 토종 최다 이닝 투수는 명예로운 타이틀이다. “좋은 기록이다. 이닝이터로 팀에 공헌한다는 점이 좋다. 남은 1경기에서도 잘 던져서 꼭 지키고 싶다”며 유희관은 토종 최다 이닝 투수가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잔여 일정을 감안하면 유희관은 1번 정도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뒤쫓고 있는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조기 강판을 당하지만 않는다면 토종 최다 이닝의 영예는 유희관에게 온다.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유희관이 높은 공헌도의 상징까지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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