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불펜, 그리고 또 불펜이었다.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LA 다저스의 불펜은 결국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로 낙인이 찍힌 불펜진은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선이다.
LA 다저스는 8일(이하 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2-0으로 앞서고 있던 7회 맷 아담스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은 끝에 2-3으로 패배,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올 시즌 가을야구를 조기에 마감했다. 2년 연속 세인트루이스의 벽에 막힌 다저스는 당초 목표로 했던 월드시리즈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팀 연봉 총액 1위(2억3500만 달러)의 초라한 퇴장에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제 몫을 못한 몇몇 야수들도 도마 위에 올라 있지만 역시 가장 큰 비난을 받는 쪽은 불펜이다. 시즌 중반부터 믿음직한 셋업맨이 없어 고전하곤 했던 다저스는 선발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그 문제점을 가리는 팀이었다. 그러나 진검승부가 이어진 포스트시즌에서는 치부를 숨길 수 없었다.

불펜이 경기를 날린 경우가 많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3차전 정도였다. 1·4차전의 경우는 선발 클레이튼 커쇼가 역전을 허용하고 내려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만약 다저스의 불펜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다면 1·4차전의 투수 운영은 분명 달랐을 것이라는 게 전체적인 평가다. 선발 투수와 9회를 지킬 마무리 켄리 잰슨 사이의 고리가 허술한 다저스의 약점상 커쇼를 무리하게 끌고 갈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이는 패착이 됐다.
다저스의 불펜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다저스의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은 3.80으로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12위였으며 MLB 전체로는 22위였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 중에는 디트로이트(4.29)만이 다저스보다 못한 불펜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8회에 맹활약했던 브라이언 윌슨이 뚜렷한 한계를 보인 가운데 다저스는 ‘돌려막기’ 식으로 불펜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았다. 윌슨, 브랜든 리그, 크리스 페레즈라는 ‘전직 마무리’들은 그 어느 누구도 뚜렷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들어간 돈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분명 투자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윌슨이 1000만 달러를 받아가는 것을 비롯, 리그는 750만 달러, 하웰은 400만 달러를 수령한다. 그 외 나머지 투수들의 연봉까지 합치면 총 불펜 투수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41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전체 팀 연봉과 맞먹는다. 그러나 돈값을 톡톡히 한 선수는 430만 달러를 받는 마무리 잰슨 뿐이었다.
몇몇 선수들의 방출과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어떤 선수들을 데려올지도 관심사다. 분명 불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보강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드가 어렵다면 FA 시장을 기웃거릴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월드시리즈 도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헛돈을 쓴 다저스가 교훈을 얻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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