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타자들이 내가 슬라이더 투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크볼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LG 트윈스 필승조 유원상(27)이 진화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슬라이더에 의존하지 않고, 포크볼을 완벽히 장착해 강타자들을 무너뜨리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후 “10경기 모두 출장하겠다”고 마당쇠 역할을 자처하더니, 실제로 연일 위기상황을 극복 중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원상하면 슬라이더였다. 유원상은 140km 초중반대의 종으로 꺾이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LG의 승리공식이 됐다. 야구 인생의 전환기가 됐던 2012시즌. 58경기 74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19 21홀드로 유망주 꼬리표를 떼는 성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타자들도 유원상의 슬라이더를 분석하고 공략했다. 유원상을 상대하는 모든 타자들의 머릿속에는 슬라이더가 강하게 박혀 있었다.

불펜투수에게 실점은 곧 실패다. 특히 유원상 같은 필승조 투수들은 막아야 본전이다. 볼넷이나 안타 하나가 치명타로 돌아온다. 때문에 유원상은 두 번째 변화구를 놓고 항상 고심했다.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자신에 맞는 체인지업과 커브 그립을 찾아왔다. 고심 끝에 얻은 해답은 포크볼이었다. 가장 확실하게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고, 패스트볼과 조화도 좋았다.
지난 3일 잠실 넥센전. 7회초 LG가 간신히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유원상의 포크볼이 빛났다. 유원상은 무사 1, 2루에서 이택근 서건창 박병호를 넘고 팀의 리드를 지켜냈다. 특히 박병호를 풀카운트 끝에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 넥센으로 향했던 경기 흐름을 LG 쪽으로 돌려놓았다. 결국 LG는 7회말 6점을 폭발, 승부에 쐐기를 박으며 지옥 5연전의 시작을 대승으로 장식했다.
다음날 양상문 감독은 “원상이가 포크볼을 제대로 구사했다. 이전까지는 팔 스윙이 과감하게 이뤄지지 않았는데, 병호를 잡을 때는 빠른 공을 던질 때와 똑같이 이뤄졌다”고 만족했다. 이어 양 감독은 “대표팀에 갔다 와서 그런지 기량이 한층 좋아진 듯싶다. 사실 대표팀에 있으면 결국 야구이야기만 하게 된다. 선배 투수들로부터 이런저런 노하우를 듣다보면 자연스레 실력이 는다. 원상이도 무언가를 얻어왔을 것이다”고 웃었다.
5연전 다섯 번째 경기인 7일 잠실 삼성전서도 유원상은 승리의 다리를 놓았다. 5회초에 마운드에 올라 추가실점을 막았다. 5회말 LG 타선이 3점을 뽑아 3-4로 삼성을 추격했고, 유원상은 6회초 가볍게 아웃카운트 3개를 기록해 흐름을 LG쪽으로 바꿔놓았다. 6회초 첫 타자 진갑용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으나, 대주자 박찬도를 1루 견제로 잡는 노련함을 발휘했다. 그리고 나바로를 포크볼로 흔들면서 내야플라이로 잡아냈다.
이날 경기 후 유원상은 “모든 타자들이 내가 슬라이더 투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크볼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제는 포크볼에 대한 감이 잡힌 것 같다. 실투에 대한 두려움 없이 포크볼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결과가 좋다. 감독님께 전 경기 출장하겠다고 요청한 만큼,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던질 것이다. 올 가을을 길게 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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