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金’ 프로농구 흥행 만병통치약 아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09 11: 13

금메달 하나만 따면 다 될 줄 알았는데...
한국농구가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남녀 동반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남자농구는 3일 결승전에서 객관적인 전력에서 절대열세로 평가받던 이란을 79-77로 제압했다. 프로농구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거둔 쾌거였다. 최고의 호재를 맞은 프로농구도 여세를 몰아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현실은 전혀 아니다. KBL 개막을 불과 이틀 앞에 둔 가운데 팬들이 농구를 볼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다. 마케팅 효과는커녕 KBL은 기본적으로 해야 될 TV 중계권 협상조차 매듭짓지 못했다.

현재까지 KBL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방송사는 MBC스포츠플러스 한 곳에 불과하다. 11일 개막일 모비스와 LG의 챔프전 재대결만 생방송이 잡혀 있다. 1순위 신인 이승현과 2순위 김준일의 맞대결, 농구대통령 허재와 장남 허웅의 역사적인 첫 만남 등 나름 굵직한 이슈를 갖는 경기도 TV로 전파를 타지 못할 처지다.
선수단은 금메달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공중파로 생중계되는 경기에서 역사적인 역전승으로 우승을 했다. 10%가 넘는 시청률이 나왔다.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최상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를 포장하고 마케팅효과로 이어가려는 KBL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 KBL은 가장 분위기가 최고조인 미디어데이가 열린 날에 다음 시즌 외국선수 2인제 재도입을 발표해 스스로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방송사 등이 평가하는 객관적인 지표에서 KBL은 예전부터 흥행콘텐츠가 아니었다. 남자농구는 시청률 경쟁에서 프로배구나 WKBL에도 철저히 밀리는 양상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다른 스포츠 중계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은 당연한 상업적 논리다.
중계권 협상이 난항을 빚는 와중에 KBL은 무작정 방송사를 찾아가 감정에 호소하는 등 설득력 없는 주장을 반복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어떤 효과가 있다는 구체적 수치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따면 모든 것이 알아서 술술 풀리리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처럼 국민들 사이에서 농구 금메달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폐막이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미 잊혀지고 있다. KBL이 농구흥행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면서 금메달도 단발성 화제에 그치는 모양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프로농구가 흥행을 원한다면 이에 걸맞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