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말풍선·집착·애견..'압구정백야', 제2의 '오로라' 맞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0.10 07: 29

이 정도면 제2의 '오로라공주'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오빠를 아빠와 엄마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의지했을 백야(박하나 분)의 마음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다소 지나치게 집착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는 흡사 임성한 작가의 전작 '오로라 공주' 속 막내 동생 황마마에 대한 세 누나의 집착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극본 임성한 연출 배한천)에서는 오빠에게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는 백야의 모습이 그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날 방송에서는 갑작스런 말풍선 뿐 아니라 주인공들을 지극한 개 사랑이 그려져 임성한 작가의 전작 '오로라공주'를 떠올리게 했다. 좋게 보면 임성한 작가 특유의 색깔이었고, 나쁘게 보면 일종의 반복되는 자기 복제였다.
이날 백야는 오빠 백영준(심형탁 분)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백영준은 여전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내 김효경과 동생 백야의 사이를 의식한 듯 백야의 눈치를 봤고, 백야는 걱정하는 오빠를 위해 “잘 먹었다”며 올케에게 인사를 해 오빠를 안심시켰다.

올케 김효경은 그런 백야를 따뜻하게 바라봤지만, 백야는 오빠가 방에 들어가자 이내 “점심에 싸왔으면 좋지 않았느냐. 난 먹지도 못했다”고 쏘아붙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빠의 앞에서와 뒤에서의 모습이 판이하게 다른 백야의 못된 성품이 보는 이들의 입이 벌어지게 만들 수 있는 상황.
백야의 심술은 이어졌다. 그는 오빠와 올케가 함께 TV를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샐쭉해졌다. 이어 언니의 긴 머리를 쓰다듬는 오빠의 손길을 보고는 질투심에 불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같은 모습을 그냥 넘어갈 백야가 아니었다. 그는 다음날 올케와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머리를 잘라보라”며 “단발로 자르면 훨씬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별로 안 어울린다”, “오빠가 싫어한다”는 올케의 말에도 “오빠는 좋아한다. 커트 잘 하는 샵이 있다”고 태연하게 오빠 부부의 관계를 훼방하는 모습은 얄미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처럼 주인공 백야는 사랑스럽기는 커녕, 얄미운 행동과 말들로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미운털이 제대로 박혔다. 뿐만 아니라 그가 올케에게 보이고 있는 행동들은 오빠를 향한 비정상적인 애착과 맞물려 다소 불쾌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는 '오로라 공주'에서 막내 동생 황마마의 침대 주변에 모여 기도문을 읊어대며 비정상적인 애착을 보이던 누나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압구정백야'의 '오로라 공주'스러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오로라 공주' 떡대를 이을만한 개 왕비가 등장했다. 왕비는 중간중간 특유의 소리를 내며 의사를 표시하는 영리한 개. '오로라 공주'에서는 주인공 오로라가 키우는 개 떡대가 주인공 못지 않은 활약을 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떡대 사랑은 지극정성이었다. 그리고 이날 왕비를 향해 애정을 쏟는 장무엄(송원근 분)의 모습은 '오로라 공주'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했다.
더불어 '압구정백야'에는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던 뜬금없는 자막이 등장해 웃음을 줬다. 굳이 자막으로 나타내지 않아도 될 장무엄의 마음은 자막으로 표현돼 그 필요성에 의문이 가게 만들었다. 아직 4회밖에 하지 않은 '압구정백야'는 아직까지는 평범한 가족드라마의 범주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조금씩 묻어나기 시작하는 임성한 작가의 색깔은 전작 '오로라 공주'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욕을 하면서도 그 다음이 궁금해 또 보게 만드는 마성의 '임성한표' 드라마가 이번에도 계속될 지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낳는다.
한편 '압구정백야'는 방송국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가족 이야기로, 매주 월요일에서부터 금요일 오후 8시55분에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압구정백야'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