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며 마지막 반전드라마를 꿈꾸던 거인의 발걸음은 더 빨리 뛰어간 쌍둥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LG 트윈스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면서 승률 5할(61승 61패 2무)에 복귀,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롯데 자이언츠는 이로써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4강 탈락이 확정됐다.
롯데는 현재 55승 66패 1무, 7위를 기록 중이며 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롯데가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기고, LG가 만약 남은 4경기에서 모두 진다고 해도 두 팀의 승수는 61승으로 같다. 하지만 LG가 롯데보다 무승부가 더 많기 때문에 롯데는 4위 LG를 뒤집을 수 없다.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된 롯데다. 2008년 긴 침묵을 깨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롯데는 이후 5년 연속 단골손님이 됐다. 그렇지만 김시진 감독 부임 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작년 롯데를 괴롭혔던 1번타자, 4번타자 문제는 해결됐다. 톱타자는 정훈에서 황재균으로 자리가 넘어가면서 공백이 사라졌다. 4번타자 역시 시즌 초반에는 루이스 히메네스, 중반 이후에는 최준석이 채우면서 중량감을 더했다. 게다가 좌완 투수 장원준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했고, 포수 장성우까지 돌아오면서 선수층이 탄탄해졌다는 평을 받았지만 올해 역시 실망스러운 시즌이었다.
선수는 더해졌지만 오히려 올해 롯데는 작년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작년 롯데는 비록 4강 탈락을 하긴 했지만 66승 58패 4무, 승률 5할3푼2리로 5위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올 시즌은 9일 현재 55승 66패 1무, 승률 4할5푼5리까지 떨어졌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한다고 가정해도 작년보다 5승이 더 부족하다.
이제 롯데는 올해 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NC와 1번, 한화와 2번, 넥센과 2번, LG와 1번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동기부여가 부족할 우려가 있다. 남은 6경기에서 롯데가 얻을 건 무엇인가.
가장 필요한 건 미래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롯데는 올해 좌익수만 14명이 투입될 정도로 라인업 변동이 잦았다. 여러 선수가 기회를 얻었지만 그 누구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야수 쪽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약진했지만, 투수 쪽은 붙박이 1군투수 막내가 서른 살 장원준일 정도다.
내년 롯데는 더욱 힘겨운 싸움을 앞두고 있다. 주전 중견수 전준우가 군입대를 하며, 손아섭은 왼 어깨 수술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두 외국인투수 크리스 옥스프링과 쉐인 유먼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내년 전력에 물음표가 올해보다 더 많이 붙는다.
때문에 남은 6경기에서 롯데를 이끌어 갈 선수를 찾아야 한다.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롯데는 잔여경기 승리도 중요하지만 내년 이후를 준비하는 게 더 시급하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