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는 과연 신비주의를 '극복'한걸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0.10 09: 17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10년이 넘게 지켜온 신비주의가 단 한번의 방송으로 깨지긴 어렵다.
그러나 지난 9일 방송된 KBS '해피투게더' 서태지편은 이후 그가 대중과 팬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아주 조금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송이었다.
신비주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지만, 그는 5년 전 8집 활동 당시에도 이준기와의 인터뷰, 각종 연예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개그프로그램에 대한 애정, 키덜트 취향의 취미 생활 등을 다수 공개한 바있다.

'해피투게더'가 달랐던 점은, 그가 개인사까지 꽤 풀어냈다는 점. 그는 이날 방송에서 육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맘에 드는 여자에게는 어떻게 접근하는지, 신혼 생활은 어떤지 등에 대해 주저 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아이 기저귀 가는 법을 시범 보이는가 하면, 아내는 자신의 왕년의 인기에 대해 '아, 뭐~'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도 말하고, 만난지 1~2주만에 사귀자고 말했다는 걸 공개했다. 앞서 김종서가 출연한 드라마에서 이은성을 더 눈여겨 봤다고도 했다.
압권은 김종서가 서태지 부부의 임신과 관련해 자신과 스키장에 놀러갔을 때 덕분인 것이라고 말했을 때다. 서태지는 맞다고 인정하면서 "임신이 잘 되지 않았다. 그때도 이달은 그냥 넘어가야 하나 하던 참이었다"고 답변, 가장 사적인 부분까지 스스럼 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반 연예인들이라면 이 정도 얘기는 아무것도 아니겠으나, 음악 활동 외에는 '자의로' 사적인 얘기를 공개한 적이 없던 서태지로서는 상당한 변화가 담긴 것이었다.
조용한 말투, 다소 썰렁한 개그감 등은 이미 알려진 상태였지만 서태지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는지, 이미지 왜곡도 적지 않았던 상태. 어마어마한 존재감이라도 뽐낼 줄 알았던 그는 방송 내내 조용하고 친절한 태도를 보이고, 이야기 중심이 MC들에게 넘어가도 자연스럽게 '묻어가는' 모습으로 '아, 서태지가 저런 사람이었지'라고 환기시키는데 성공했다.  
보통 톱스타들은 다른 연예인과 엮여서 후광을 나눠쓰는데 예민한 편이지만, 그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의 노래를 리메이크했던 성시경, '소격동'에서 호흡을 맞춘 아이유, 녹화에 함께 한 MC들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호감을 표했다. 대중과 상당히 유리돼 자신만의 공간에 살 것 같았던 그가 아이유가 뜨기도 전에 아이유의 음악을 들었다고 하는가 하면 드라마, 예능, 후배 가수에 대해 줄줄 꿰고 있었던 것. '소격동'의 음원 1위에 대해 "아이유 덕분이다"고 말하거나, 김신영, 조세호의 유행어를 따라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기사, 댓글을 다본다며 스스로 '감금의 아이콘'을 언급한 것도 그가 그 부분에 대해 소통을 하고 싶어했음을 암시하는 대목. 그는 이은성이 현재 스스로 일을 쉬고 싶다고 한 것이며 향후 활동은 그가 원한다면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이은성과 해외 여행을 즐기고 있거나 결혼식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도 공개했다.
화목한 신혼 생활을 얘기하던 중 이지아에 대한 얘기는 분명 이질감이 있었다. 다른 이슈가 많은만큼 이지아와 관련한 얘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서태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당혹스러워하지 않고 얘기를 이어갔다. 그는 상대가 힘들었을 것이며, 남자인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지아의 방송에 대해 반박을 했던 건 "내가 너무 범법자처럼 보여서"라며 "나도 아이도 낳고 했는데, 그 친구도 다 잘돼서 행복하게, 다 내려놓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중에게도 사과했다. 그는 "사생활로 피로하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신비주의가 꼭 '극복'돼야 하는 것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밀이 없는 시대, 지난 2년간 서태지가 겪은 일들은 분명 신비주의의 역효과였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톱스타 서태지'만 남은 상태에서 비밀 결혼과 이혼, 어린 신부와의 재혼 등은 당연히 가장 자극적인 상상력을 자극했다. '해피투게더'를 통해 아내와 해외여행을 즐기는 모습, 아이와 편히 잠든 모습, 전부인에게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모습 등은 분명 이같은 상상을 줄이는 데 한 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신비주의 역효과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 또 그만한 업적을 가진 그가 신비주의를 모두 내려놓는 게 맞는 것인지도 성급하게 결론내리기 어렵다. 다만 '해피투게더'에서의 모습이 단순한 음반 홍보와 이미지 쇄신을 위한 일회성 예능 출연이 아닌, 좀 더 가까운 소통의 첫 시작이었다는 점을 대중에게 납득시키는 건 매우 중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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