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안방극장이 아수라장이다. 여기저기 암을 유발할 만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마치 ‘내가 더 악독해!’, ‘내가 더 막장이지?’라며 경쟁이라도 하듯 파렴치하거나 비상식적인 행동들로 보는 시청자들을 경악케 한다.
선두주자는 뭐니 뭐니 해도 종영을 앞둔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이유리 분)이다. 그의 모친 도씨(황영희 분)나 장보리(오연서 분)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물론 캐릭터나 이해불가 포인트는 다르지만 한 작품 안에서 나란히 시청자들을 속 터지게 만들고 욕을 먹는다는 점에서 똑같다.
그런가 하면 KBS 2TV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 속 이화영(이채영 분) 역시 일명 ‘주먹을 부르는’ 악랄 캐릭터로 맹활약 중이다. 그뿐인가. 최근 방송을 시작한 화제작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암유발녀가 어김없이 등장했으니, 바로 여주인공 백야(박하나 분)다.

그야말로 암유발녀들의 전성시대다. 악하고 못된, 그러나 너무도 뻔뻔한 ‘그녀’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욕과 인기는 비례한다는 공식이 대부분 들어맞고 있다는 사실.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는 ‘국민 악녀’로 데뷔 이래 최고 전성기를 맞았고 덩달아 무명의 중견배우 황영희도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드라마는 시청률 40% 고지 점령의 가능성까지 대두될 정도로 대박이 났다.
‘뻐꾸기 둥지’ 역시 흥행에 선전하고 있고 관록의 장서희보다 오히려 이채영의 일거수일투족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분위기. 이채영은 그간 연기력보단 화려한 몸매로 주목받는 연기자였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또 다른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압구정 백야’ 속 박하나의 경우 아직 방송 초반인 만큼 작품 흥행이나 인기에 대해 언급하긴 어려우나 적어도 그가 ‘임성한의 히로인’이 될 것이란 전망은 이미 시작됐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뒷목을 잡게 하고 암을 유발할 정도로 분노를 자아낸다는 이들이 이렇게 화제가 되는 건 왜일까. 물론 기본은 연기력이다. 이유리와 황영희 이채영 등은 적어도 ‘악역’ 연기에서만큼은 톱클래스에 등극한 모습. 보는 내내 울화통이 터지고 앞에 있다면 욕 한바가지 해주고 싶은 욕구를 부르는 실감 연기다.
연민정 역 이유리는 어떠한 위기상황도 뚫고 부활하는 초절정 악녀다. 온갖 악행을 골라하고 자신의 출세와 야망을 위해 주위를 괴롭히니 밉고 또 밉다. 그의 모친 도씨 역의 황영희 역시 이 장단 저 장단에 춤을 추며 드라마의 갈등을 증폭시킨 장본인. 연민정의 친모란 사실이 밝혀지고 그간의 은밀한 물밑 악행들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오연서는 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캐릭터 자체가 답답하게 풀려나가면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케이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곧잘 소화하고 악녀 연민정에 맞서는 장보리 역할을 열심히 소화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스토리가 흔들리는 바람에 애꿎은(?) 욕을 먹게 됐다. 지지부진한 캐릭터가 보기 안쓰럽다 못해 답답하단 평가다.
이채영의 악행도 이유리에 비견될만하다. 장서희를 괴롭히고 곤경에 빠뜨리면서 카리스마 대결에서도 뒤지지 않는 패기가 눈길을 끈다. 사랑과 야망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전진만 하는 여자들, 사실 부아가 치밀다가도 어느 순간 연민이 들기도 하는 게 이상하게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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