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에서 총액 128억 원을 투자하며 올해 대권을 노렸던 롯데 자이언츠. 오히려 작년보다 떨어진 성적과 2년 연속 4강 탈락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만 받아 들었다.
롯데의 추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성적이 안 나오면 가장 먼저 책임론이 불거지는 자리가 바로 감독이다. 김시진 감독은 고립무원으로 외롭게 야구를 했다. 지난 8월 프런트에서 성적부진을 이유로 김시진 감독이 롯데로 데려 온 코치들을 1군에서 제외하려고 하자 김시진 감독은 '차라리 내가 그만두겠다'고까지 했다는 설까지 나온 가운데 정민태 코치만 1군에서 빠지는 것으로 무마됐다. 감독의 최측근이라면 수석코치와 투수코치인데 김시진 감독은 작년 권영호 코치에 이어 올해 정민태 코치까지 잃어 사실상 수족이 묶인 채 감독직을 수행했다.
김시진 감독이 롯데에 부임하면서 함께 온 '김시진 사단' 가운데 권영호 전 코치와 정민태 코치는 강직한 성격으로 구단에 할 말은 했다. 그리고 이들은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권영호 전 코치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갑작스럽게 수석에서 2군 감독으로 좌천됐고, 구실을 붙여 1주일 만에 구단에서 내보냈다. 그리고 롯데 구단은 1군 수석코치에 권두조 수석코치를 앉혔다.

이렇게 되면서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 코칭스태프 중 구단, 그리고 프런트에 제대로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코치는 정민태 코치 한 명만 남았던 상황이다. 정민태 코치는 선수들에게 필요할 때 싫은 소리를 하는 성격이다. 때로는 정도가 지나치다고 이야기하는 선수도 있다. 그렇지만 코치와 선수 간 신뢰는 무너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민태 코치가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1군 투수코치 자리를 내려놨다'고 했지만 롯데 모 투수는 "정민태 코치님과 선수들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구단에서 우리에게 (성적 부진) 책임을 물으려고 할 때 바람막이가 되어 줬다"고 강조했다.
입바른 소리를 잘 하는 정민태 코치는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 일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일화가 야수파트 A코치와의 갈등이다. 롯데에서 10여 년 동안 코치로 활약 중인 A코치는 롯데 고참 투수들에게 '정민태 코치가 너무 무리시키는 거 아니냐. 휴식도 좀 주고 격일제로 던지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속내를 떠보는 말을 했다. 선수들의 입을 빌어 정민태 코치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투수들은 이 말에 동조하지 않았다. 모 투수는 “왜 야수 코치가 투수 쪽 일에 참견하는가”라며 “이는 투수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 사실이 정민태 코치 귀에 들어가자 당연히 발끈했다. 이 일로 정민태 코치와 A코치 사이는 틀어지게 됐다. 그리고 투수들에게 당장 듣기 좋은 이야기를 했던 모 코치는 본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던 투수를 찾아가 '왜 고자질을 하느냐'고 역정을 냈다고 한다. 일이 커지자 이 코치는 투수진과 정 코치에게 사과를 했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이 사건이 롯데의 성적이 추락하기 시작한 후반기 이후가 아니라 4위를 지키고 있던 시즌 중반에 벌어졌다는 점이다. 당시 겉으로 롯데는 순항하고 있었지만, 이미 내부에서부터 독버섯이 자라고 있었던 것.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모두 한 가지 목표를 바라보고 전진해야 하는데 이미 롯데는 사분오열 상태였다. 어찌 보면 롯데의 추락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결과적으로 정민태 코치는 1군 투수코치 자리를 내놓게 됐다. 7월 이후 성적이 추락하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고, 그 대상으로 정민태 코치가 지목 당했다. 힘을 잃은 김시진 감독도 정민태 코치를 보호해줄 수 없었다. 그것도 2군 코치가 아니라 드림팀(3군) 코치다. 사실상 구단에서 '나가라'고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민태 코치는 묵묵히 상동구장으로 출근했다. '내가 여기에서 나가면 진짜 내가 잘못한 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롯데는 한 차례 '태풍'을 앞두고 있다. 거액을 투자하고도 성적을 내지 못했으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감독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지만 프런트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시즌 중반부터 책임전가에 나섰던 프런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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