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명가’ 두산, 3년 만에 PS 진출 좌절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0.11 20: 39

두산 베어스의 PS 진출 가능성이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 앞에서 0%가 됐다.
두산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2-15로 패했다. 56승 1무 66패가 된 두산은 잔여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가을잔치는커녕 6위라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처지로 몰락하고 말았다.
올해는 선두 삼성, 한화를 제외한 모든 팀에 약했다. 삼성전에서는 10승 6패로 상당한 우위를 보였으나 다른 팀들과의 상대 전적을 보면 한화를 상대로만 9승 7패로 5할을 웃돌았을 뿐 나머지 팀들을 맞이해서는 전부 5할 이하의 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넥센만 만나면 작아져 4승 12패로 크게 압도당했다.

물론 변명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서고도 5~7차전을 내리 내준 두산은 FA를 선언한 이종욱,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을 잡지 못했다. 특히 이종욱과 손시헌은 NC에 빼앗겨 보상선수도 받아내지 못했다.
즉시전력감 선수도 2차 드래프트에서 많이 빼앗겼다. 다른 팀의 보호선수 40인 명단 밖에는 두산이 탐낼 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으나, 두산은 임재철, 김태영, 이혜천 등을 빼앗겼다. 1군 전력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김선우는 조건 없이 풀었다. 2차 드래프트로 나간 3명의 베테랑, 그리고 김선우는 야수조와 투수조를 이끌 수 있는 품성을 가졌던 선수라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 역시 전체적으로 평범했다. 더스틴 니퍼트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3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3.95로 고군분투했지만 기대를 모았던 크리스 볼스테드와 유네스키 마야는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호르헤 칸투는 타율 3할1푼2리, 18홈런 72타점으로 나쁘지 않았으나 후반기 결장이 잦고 홈런이 하나도 없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오른 송일수 감독의 지도력을 둘러싼 의문은 한 시즌이 끝나가는 현 시점에서도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송 감독은 1군 성적 향상과 유망주 육성(퓨처스 감독 시절 포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도 잡지 못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새 얼굴을 유독 두산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프런트 또한 고집스런 결정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처음부터 한쪽으로 기우는 것 같았던 장민석-윤석민 트레이드를 성사시켰으나 결과는 지금 나타난 대로다. 정작 팀을 위해 필요한 과감한 결단을 단행하지는 못해 시즌 종료 후 kt의 특별지명에서도 다른 팀보다 좋은 선수를 빼앗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누가 뭐래도 두산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문구단 중 하나였다. 두산은 삼성, 해태의 역사를 이은 KIA 다음으로 역대 3번째인 통산 2000승을 거뒀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3차례나 이뤘다. 2000년대 후반에는 절대강자 SK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처지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렇게 낮은 곳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nick@osen.co.kr
잠실=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