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0) 신임 사령탑의 첫 기초공사는 탄탄하고 빈 틈이 없었다.
슈틸리케호가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완파하며 데뷔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슈틸리케 신임 사령탑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3위)은 10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60위)와 평가전서 전반 중반 김민우의 선제골과 남태희의 연속 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첫 단추를 아주 잘 끼웠다. 지난 7일 첫 소집 후 사흘 동안의 호흡을 맞춘 뒤 거둔 귀중한 첫 승이다. 아직은 완벽한 조직력을 뽐내지 못했지만 무실점 수비와 함께 다양한 조합의 공격진이 무한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 보단 뒤에 시선이 쏠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7일 처음으로 A대표팀을 소집한 뒤 줄곧 수비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인 까닭이다. 골대 3개를 막는 독특한 수비법도 등장했다. 공격 보단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공식기자회견서 "집을 지을 때 지붕을 먼저 짓지 않고 기초를 탄탄히 한 뒤 집을 올린다"며 축구를 집짓기에 비유했다. 그는 "'공격을 잘하면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을 한다'는 격언이 있다. 이것을 실천하려고 한다"면서 "이번 선발 명단을 보면 공격 보단 수비에 집중돼 있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대표팀 수비를 신뢰하고, 활약에 따라 보완할 것이다. 수비 안정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은 무실점이다"라며 수비 안정을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파격적인 베스트 라인업을 공개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서 28년 만의 금메달을 합작한 김승대(포항 스틸러스), 박주호(마인츠), 김승규(울산 현대)가 모두 벤치에서 대기했다. 여기까진 피로도를 고려한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공언대로였다. 하지만 이외 핵심 멤버로 분류됐던 손흥민(레버쿠젠), '사자왕' 이동국(전북 현대), '차미네이터' 차두리(FC 서울) 등도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뒷마당을 책임질 포백라인도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왼쪽부터 홍철(수원 삼성), 김기희(전북 현대), 곽태휘(알 힐랄), 이용(울산 현대) 등이 선발 출격했다. 골키퍼 장갑은 주전 수문장 김승규 대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꼈다.
의심의 눈초리는 휘슬이 울리자 눈녹듯 사라졌다. FIFA 랭킹 60위의 파라과이를 맞아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발을 맞춘 지 채 3일 밖에 되지 않은 슈틸리케호의 뒷마당은 단단하고 빈 틈이 없었다. 간헐적인 위기는 김진현의 선방 퍼레이드로 골문을 사수했다. 전후반 내내 파라과이의 공격을 철통 방어했다.
하지만 아직 판단을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세대교체 중인 파라과이의 공격진이 로케 산타 크루스(말라가) 등을 앞세웠지만 좀체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연호 SBS 스포츠 해설위원도 전반이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이 좋은 수비를 통해 좋은 공격을 펼치자는 지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수비 안정화를 통해 공격을 하려는 의도이다"면서 "다만 파라과이의 공격이 날카롭지 못해 수비진을 점검하기엔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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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