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기성용(25, 스완지 시티)이 슈틸리케호의 데뷔전 승리를 이끌며 주장의 품격을 선보였다.
슈틸리케호가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완파하며 데뷔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울리 슈틸리케(60) 신임 사령탑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3위)은 10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60위)와 평가전서 전반 중반 김민우의 선제골과 남태희의 연속 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첫 단추를 아주 잘 끼웠다. 지난 7일 첫 소집 후 사흘 동안의 호흡을 맞춘 뒤 거둔 귀중한 첫 승이다. 아직은 완벽한 조직력을 뽐내지 못했지만 무실점 수비와 함께 다양한 조합의 공격진이 무한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장' 기성용의 어깨는 무거웠다. 대표팀서 처음으로 완장의 무게를 느꼈다. 기성용은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처음으로 주장을 맡게 됐는데 큰 책임감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이 자리가 영광스러운 자리이면서 운동장 안팎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주장으로서 경기장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맡겨진 어떤 임무든 최선을 다하는 주장이 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도 두둑했다.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드에서 뛰기 때문에 공수에 모두 관여하고 중심 역할을 제일 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이 앞으로 감정 조절을 잘한다면 더욱 훌륭한 주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6살이지만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고, 최고참부터 막내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나이대다"라며 주장의 무게감을 덜어줬다.
수장의 기대에 200% 보답했다. 캡틴의 품격을 뽐냈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한 기성용은 공수 조율은 물론 세트피스 시 득점 가담, 1차 저지선 역할 등 1인 3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특히 그간 전담 키커로서 자로 잰 듯한 킥을 뽐냈다면 이날은 슈틸리케 감독의 특훈에 따라 제공권을 뽐냈다. 남태희의 오른발, 김민우의 왼발 크로스가 문전으로 올라올 때마다 어김없이 공격수로 변신해 득점에 가담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성용에게 주장의 자격조건으로 원했던 '냉정함'도 찾았다. 그간 경기 중 쉽게 흥분해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성용은 이날 주장 완장의 무게 만큼이나 묵직했다. 후반 35분 박종우와 바통을 터치하기 전까지 80분간 활약하며 쉽게 흥분하는 법이 없었다. '캡틴' 기성용은 분명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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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