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산의 라인업은 4위 경쟁을 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시즌 내내 4번 자리를 지켰던 호르헤 칸투는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고, 주전 포수 양의지도 1군에 없다. 올해 1군보다 퓨처스 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오재일, 김진형 등이 자주 보이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두산이 4위 경쟁에서 밀려났음을 뜻한다. 지난 10일 대전 한화전에는 민병헌도 출전시키지 않았다. 민병헌은 10월 타율 1할7리(28타수 3안타)로 부진하다. 옆구리 통증을 안고 뛰던 김현수도 10일 경기 도중 교체되어 두산으로서도 이들을 무리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 타석, 공 하나가 절박한 선수들의 출전 기회는 늘어날 수 있다. 김진형은 최근 3경기에서 2루타 1개 포함 9타수 2안타로 조금씩 1군 투수들의 공에 적응해 나가고 있고, 백업 포수 김응민도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좌완 장민익이 1군 콜업 후 5경기에서 3⅓이닝 1실점으로 준수하다.

이들이 주축 뒤에서 조력자로 나설 두산은 11일부터 LG-SK를 차례로 상대한다. 두산이 어떤 경기 내용을 보이느냐에 따라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나가 3위 NC와 맞붙을 팀이 결정된다. 특히 4위 LG에 2경기 뒤진 SK는 두산과 치를 경기가 3차례나 남아 있다. 적어도 SK의 운명만큼은 두산이 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일수 감독은 무조건적으로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1승이라도 더하겠다는 생각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요즘 선발투수들이 괜찮은데 팀이 힘들었던 8~9월에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기다 역전 당한 경기들은 아직도 머리에 맴돈다. 또 넥센에 4승12패로 크게 뒤진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며 송 감독은 조금은 이른 시점에 이번 시즌 전체를 돌아봤다.
두산이 가진 가장 좋은 선발투수들이 LG전에 차례로 투입된다는 것이 SK로서는 위안이다. 11일부터 있을 LG와의 잠실 2연전에는 최근 좋은 구위를 보이고 있는 유네스키 마야-더스틴 니퍼트가 차례로 출격한다. 마야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LG, SK와의 상대 전적도 비슷해 두산이 끼어든 4위 싸움은 더 예측하기 힘들다. 두산은 LG를 상대로 6승 1무 7패, SK를 맞아서 6승 7패로 유사한 성적을 찍었다. 두산이 LG를 만나 무너지고 SK에 고춧가루를 뿌린다면 4위는 LG가 된다. 그러나 LG를 잡고 SK와의 승부에서 물러난다면 4위의 향방은 마지막까지 미궁에 빠진다. 4위 싸움의 마지막 분수령에 개입한 두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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