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은 ‘꽃보다’ 그 어떤 시리즈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불혹에 들어선 3명의 뮤지션 윤상-유희열-이적의 여행기를 담은 페루 편과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시리즈의 주인공 유연석-손호준-바로의 여행기를 담은 라오스 편으로 나뉜 이번 방송은 다른 어떤 시리즈보다 활기찼고, 배낭여행의 본질적인 요소들이 가득했다. 그 때문일까? 시청자들은 이번 방송에 대해 “역대급”이라는 수식어를 아끼지 않으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의 결정판, 혹은 완결판이라 불리고 있는 ‘꽃보다 청춘’이 가진 장점들을 3가지 유무(有無)로 정리해 봤다.
◆ 3유_셀카봉, 19금(?)요소, 넘치는 장난기
#1. 셀카봉

‘꽃보다 청춘’의 화면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멤버들이 셀카봉으로 직접 촬영한 ‘셀프 영상’이었다. 셀카봉을 먼저 사용한 것은 ‘꽃보다 청춘’ 전반기를 책임졌던 페루 편 멤버들. 40대임에도 불구, 여전히 청춘의 순수함과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뮤지션들은 유희열을 선두로 셀카봉 주변에 모여 한 바퀴를 돌며 때에 따라 적절한 구호들을 외치며 여행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이는 곧 유행으로 번져 셀카봉이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히트 상품(?)으로 거듭나는데 한 몫을 했으며 ‘꽃보다 청춘’ 후기 멤버들인 라오스 팀에도 영향을 미쳤다. 라오스팀에서 셀카봉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인물은 막내 바로. 여행 초반 바로는 셀카봉을 사용해 셀프 영상을 찍고 싶은 열망에 반응해 주지 않는 형들로 인해 실망했지만, 여유가 생긴 여행 후반부에는 형들과 함께 셀카봉 즐기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혹 셀카봉의 준비가 제작진의 계획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해도 여행의 기록을 남기고, 직접 영상을 찍으며 즐기는 청춘들의 모습은 실제 여행자들의 모습과 닮아 있어 여행을 실감케했다.
#2. 19금 요소
사실 19금이라 해서 진짜 19금이라 할 수는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꽃보다 청춘’에는 19금 요소로 대표할 수 있는 각 팀 멤버들의 자연스럽고 솔직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담겨 있어 관찰 예능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 예를 들어 페루 편에서 윤상-유희열-이적은 남자들끼리만 통하는 ‘19금’ 발언들로 한밤중 이야기꽃을 피워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자신들의 방이 카메라로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 멤버들과 이를 확인하고 활용한 제작진의 재치가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한 장면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이는 멋져 보이기만 했던 뮤지션들의 평범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읽혀지기도 했다. 라오스 편에서는 19금 발언 대신 날 것 그대로의 알몸이 노출돼 여성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더운 날씨와 미리 옷을 챙겨가지 못한 사정으로 인해 유스호스텔에서도 웃통을 벗은 채 돌아다니는 20대 청춘들의 모습은 내복차림의 할배들과는 또 다른, 건강한 젊음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노출하며 눈길을 끌었다.
#3. 넘치는 장난기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어느 시리즈 보다 돋보였던 것은 또래인 멤버들이 보이는 티격태격 장난기 때문이었다.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 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활기 넘치면서도 때로는 짓궂기까지 한 장난들이 넘쳤다. 페루 편 멤버들은 페루의 사막에서 온 몸을 날려 샌드 보드를 타거나 버기카를 타고 어린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이를 즐겼다. 뿐만 아니라 페루 편 멤버들은 여행지에서 벌어진 제작진의 2차 몰래카메라에서 노련하면서도 익살맞은 대처법으로 오히려 제작진을 긴장하게 만든 바 있다. 제작진이 카메라만 놔두고 줄행랑을 치자, 자신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기록하지 않아 이를 관찰하고 있던 제작진을 당황하게 한 것. 라오스 편 멤버들은 그야말로 장난꾸러기들이었다. 이들은 걸핏하면 계곡물에 뛰어 들어 물놀이를 즐겼고 버기카를 타고는 얼굴과 몸으로 가득 떨어지는 ‘똥물’(?) 맞으면서도 행복해했다. 또 이들은 밤에 홀쩍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하는 파티에 다녀오거나 예쁜 여자들을 보면 “내 스타일이다”라고 말하는 등 청춘 특유의 풋풋함과 열정을 드러냈다.
◆ 3무_짐꾼, 돈, 계획
#1. 짐꾼
사실 ‘꽃보다 청춘’ 시리즈는 짐꾼이라는 특별한 역할이 없어진 대신, 여행을 하는 세 사람 모두가 짐꾼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식이었다. 지난 시즌들에서 짐꾼들은 역할 상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제작진에게 당하며 모셔야 하는 할배들과 여배우들의 등쌀에 긴장해 웃음을 줬다. 할배들이나 누나들의 관계 또한 짐꾼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번 시즌에는 짐꾼들이 없어진 대신 멤버들 사이의 관계가 더욱 구체적이게 형성됐다. 또 이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워 멤버들 개개인의 매력이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지난 시즌 짐꾼을 방불케 하는 능력을 발휘한다면, 누군가는 또 여행에 서툴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으로 멤버들 사이에 긴장을 만들었다. 페루 팀에서는 의외로 ‘상남자’ 매력을 발휘한 유희열이 대장 노릇을 했다면, 소녀처럼 섬세하고 예민했던 윤상은 때때로 멤버들 사이에서 갈등을 만들기도 하며 여행에 긴장감을 가져다줬다. 라오스 팀에서는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하는 어미 새 유연석이 있었다. 유연석은 숙소 예약이면 예약, 식사면 식사, 여행지 선택, 쇼핑과 흥정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면모를 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반면 생애 첫 해외여행을 하게 된 손호준은 여행 초반 입이 짧아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때로는 무기력해진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2. 돈
확실히 줄어든 여행경비는 이번 시즌 더 독해진 제작들의 마음가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경비를 줄이려는 제작진의 시도는 지난 시즌부터 계속돼 왔다. 그러나 그 때마다 권위 있는 할배들과 무서운 여배우들의 반발에 부딪혀 어느 정도 타협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번 시즌, 제작진은 작정을 한 듯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나는 몰래 카메라와 함께 아주 소액의 여행 경비만을 전달해 ‘꽃보다 청춘’ 멤버들을 당황하게 했다. 현지에서 의상을 사 입을 수밖에 없었던 멤버들의 행색은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페루 편에서 윤상은 거의 한 가지 의상으로 여행 기간을 버텼던 사실이 드러나 놀라움을 주기도 했고, 라오스 편에서 몰래카메라 탓에 검정색 슈트를 입고 여행 첫날을 보냈던 유연석-손호준-바로의 모습은 웃음을 주기 충분했다. 단, 이서진의 뒤를 이어 여행 경비 물 타기에 성공한 라오스팀의 반전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거지 패션을 하고서도 이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휴대폰을 통해 돈을 결제하는 ‘페이팔’이라는 시스템이 있었다. 유연석이 페이팔로 숙소 계산을 할 때 손호준과 바로는 VJ들의 시선을 빼앗으며 비밀을 지켜냈고, 결국 이 같은 사실은 여행 말미에 가서야 밝혀지게 됐다.
#3. 계획
이번 시즌 멤버들은 여행 초반부터 제작진의 사기극을 방불케 하는 몰래카메라를 당해야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갑작스럽게 공항으로 옮겨져 여행을 하게 되는 멤버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갑자기 떠나는 여행이 주는 해방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는 차곡차곡 필요한 물품을 챙겨왔던 지난 시즌 여행자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여행지에서 먹을 반찬까지 싸 왔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 멤버들은 물가가 다소 싼 편인 페루, 라오스에서 완벽한 루트와 계획에 대한 부담 없이 가벼운 주머니에도 즐거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대강의 여행 코스는 정해놨지만, 매일 아침 혹은 그 전날 어디에 갈지 생각하고 떠나는 것이 계획의 전부였다. 뿐만 아니라 이 계획은 필요에 따라 쉽게 변경되기도 했다. 페루 편에서 멤버들은 안개에 휩싸여 명확하게 볼 수 없었던 마추픽추를 보기위해 다음 행선지까지 바꾸며 예상 보다 더 오랜 시간을 그곳에 머물렀고, 끝내 확인하게 된 절경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선사했다. 라오스 편에서도 명소를 돌아보는 것보다 물놀이를 훨씬 좋아한 멤버들의 취향 탓에 라오스의 유명 사원은 감독판에서나 미리 찍어놓은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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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