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칠해빙에겐 선물 같았던 '꽃청춘'[종영①]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10.11 07: 35

지난해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시청률 10%를 넘긴 전무후무한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이 끝나고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각자의 위치로 흩어져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던 유연석, 손호준, 바로는 리얼 예능, 그것도 해외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한 나영석 PD의 '꽃보다' 시리즈의 차기 멤버로 또 다시 뭉치게 됐다.
이들이 예능에 함께 출연하는 건 일부 어려움도 감수해야만 했다. 드라마를 봤던 시청자들에겐 세 사람의 동반출연이 자칫, 작품 속 캐릭터와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출연 경험이 전무한 이들 셋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화면에 담아낼 수 있을지도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가 해당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이들 모임에 합류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처음인 이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진이 내린 처방이었다. KBS 시절부터 CJ E&M까지 이어진 나영석 PD, 신원호 PD, 그리고 이우정 작가의 인연으로 가능한 결과였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를 거쳐 (살짝 '꽃삼촌'에 가까웠던) '꽃청춘 in 페루' 편을 끝낸 상태에서 바통을 건네받은 '꽃청춘 in 라오스' 팀은 아직 -앞서 출연자들이 직업적으로 이뤄낸 것들보다- 많은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내용적인 면에서 전 시리즈와의 차별성이 필수였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라오스 편 첫 회부터 본편 4편과 감독판 1편이 모두 마무리된 현 시점에서, '꽃청춘'은 몰입감 뿐 아니라 감동면에서도 전 시리즈에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앞서 '꽃보다' 시리즈에서 드러났던 연륜과 경험에서 묻어나는 조언과 깨달음과는 또 다른,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고 불안한 미래에 고민하는 청춘들의 진솔한 모습 그 자체에서 솟구치는 감동이 매회 이어졌다.
영락없이 광고촬영이라 생각하고 '꽃보다 청춘' 몰래카메라에 빠져든 유연석, 손호준, 바로 3인방은 고민과 걱정도 잠시뿐, 이런 식으로라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환호를 내질렀다.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단돈 72만원이라는 돈으로 셋이서 라오스 6박 8일 일정을 소화하는 일은, 해맑은 그들에게 의외로 수월했다.
물론 여행 내내 손호준과 바로를 챙기는 '어미새' 역할을 톡톡히 했던 유연석이 기지를 발휘해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을 활용, 제작진의 허점을 찌르며 방비엥 숙소비(6만 2천원)를 절약하긴 했지만, 이 또한 '꽃보다 할배' 이서진의 이름을 대면서 "제작진도 몰카로 우릴 속여 여기로 데려왔다"는 덤덤한 맞대응은, 보는 시청자의 쾌재를 부추겼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각자의 배역의 앞머리를 딴 단어인 칠해빙(칠봉이, 해태, 빙그레)으로 자신들을 지칭하며 덥고 습한, 때로는 천둥번개까지 동반한 폭우에도 아랑곳 않고 유쾌한 라오스 여행을 끝마쳤다. 유연석의 영민함은 손호준 고운 심성, 바로의 속 깊음과 뒤섞여 최고의 여행 조합을 이끌어냈다. 또한 투박하게, 그리고 적당한 장소도 없이 드문드문 진행됐던 칠해빙의 인터뷰는 소박했지만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할배, 누나, 그리고 '삼촌'들의 청춘 편이 단순히 여행 그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들이 일궈냈던 인생의 뜨끈한 뭔가를 여행 중에 끄집어내 돌아보고, 눈물을 찡하게 만들었다면 '꽃청춘'은 이들과는 또 다른 분명한 감동을 전했다. 이서진이나 이승기 같이 여행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충실한 '짐꾼'은 부재였지만, 적은 돈으로 함께 부대끼고 투닥이며 여행을 하는 진짜 '청춘'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 분명 더 생생하게 전해졌다. 제작진의 개입도, 특별한 제안들도 모두 증발하자, 거기엔 유연석, 손호준, 바로가 즐기고 있는 라오스 여행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카메라에 비쳐진 그들의 모습은 방송이 아닌 그저 내 곁에서 함께 여행하는 친구의 느낌 그 자체였고, 우리네와 함께 하루하루를 고민하는 진짜 '청춘'이었다. 특히 촬영 3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자신들의 출연분을 방송으로 모니터까지 한 그들이 다시 인터뷰를 통해 드러냈듯, '꽃청춘'은 칠해빙에게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는, 사비를 털어서라도 꼭 다시 한 번쯤 훌쩍 떠나보고 싶은 지친 일상에 안겨진 힐링 같은 그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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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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