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더·김선규, 양상문 마지막 반전 카드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0.11 10: 01

기적을 바라보고 있는 LG 트윈스가 더 강해질 수 있을까? 적어도 양상문 감독의 대답은 ‘예스’인 듯하다. 양 감독은 마지막 카드까지 활용하면서 4위를 확정지으려 한다.
양 감독은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32), 사이드암투수 김선규(28)를 꾸준히 기용하고 있다. 물론 스나이더는 선발라인업에 빠져 있고, 김선규도 승패가 좌우되는 결정적 순간에 등판하지는 않는다. 이미 팀에는 이들보다 뛰어난 활약이 보장된 선수들이 많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둘을 포기하지 않았다. 스나이더에게는 일발장타를, 김선규는 불펜진 사이드암투수 갈증을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한 방이 필요한 순간 스나이더를 대타로 투입하고, 외국인타자를 상대로 김선규를 등판시킨다.
사실 스나이더는 LG가 부족한 모든 것들을 채워줄 인물로 꼽혔다. LG는 지난 7월 4일 장타력과 수준급 외야수비를 얻기 위해 외국인선수 교체를 단행하며 스나이더를 영입했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헤드샷과 골반 부상을 당한 후 급격히 하락했다. 표본은 적으나 골반 통증으로 교체된 7월 28일 잠실 롯데전까지는 11경기 43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3할6리 OPS .923으로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넓은 외야 수비 범위로 중견수를 맡았고, 장타력과 타점 생산능력을 동시에 보여줬다.

그런데 부상으로 컨디션이 흔들리고 나서는 22경기 61타석에서 타율 1할5푼5리 OPS .525. 최악의 외국인타자로 전락했다. 급기야 지난 8월 26일에는 골반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됐고,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이후에 복귀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돌아왔음에도 지난 3일 넥센전부터 6타석 동안 안타 없이 삼진 2개만 당하고 있다. 실전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채 빗맞은 타구만 양산 중이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스나이더가 언젠가는 우리 팀에 도움을 줄 시간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작은 구장에선 하나 쳐줄 것이다”며 “지금은 정신적으로 좀 소극적인 상태다. 크게 휘두르기만 해도 팀에 도움이 되는데 최근에는 너무 맞히려고만 한다. 크게 돌렸을 때 제대로 맞아야하는데 파울이 되고 있다”고 아쉬움 속에서도 믿음을 전했다.
김선규는 지난겨울 내내 착실하게 2014시즌을 준비했다. 감량에 성공했고, 투구 밸런스를 다잡으며 제구를 살리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1군 엔트리 진입에 성공, LG 불펜진의 새로운 승리공식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1군의 벽은 여전히 높고 두터웠다. 1군 평균자책점 7.13으로 2군 평균자책점 1.47과 확연한 차이만 보였다. 경쟁력이 있는 구위를 지녔으나 1군 타자들을 상대할 때면 항상 볼카운트 싸움서 불리해지고 자멸했다.
양 감독은 지난 7일 잠실 삼성전 5회초 나바로 타석에서 김선규를 투입했다. 하지만 김선규는 시작부터 볼을 남발하며 7구 승부 끝에 나바로를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곧바로 교체됐다. 9일 잠실 KIA전 2회초 역시 외국인타자 필을 상대로 등판, 이번에는 필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았다. 볼카운트 싸움은 유리하게 가져갔는데 구심의 아쉬운 스트라이크 판정이 겹치며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 후 양 감독은 “지난 경기 나바로, 오늘 경기 필을 잡는 게 김선규의 역할이었다. 처음에 스트라이크는 잘 넣었는데 마무리가 안 좋다”고 안타까워했다.
양 감독의 구상대로 두 선수가 자기 몫을 해준다면, LG는 나무랄 데 없는 전력을 갖춘다. 단순히 4위 사수가 아닌 포스트시즌 대반란까지도 노릴 수 있다. NC와 준플레이오프 펼친다고 가정하면, 스나이더의 힘으로는 빗맞아도 마산구장 펜스를 넘길 수 있다. 김선규가 호투할 경우, 고민 없이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을 에이스 3인방(리오단 우규민 류제국) 뒤 네 번째 선발투수로 두면 된다. 신정락은 지난 6일 잠실 NC전에서 7⅓이닝 노히트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NC전 평균자책점 2.20을 찍었다.
양 감독은 이미 논란 속에서도 몇몇 선수들을 뚝심 있게 기용했다. 임정우를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낙점해 꾸준히 선발 등판시켰고, 박경수를 주전 2루수로 출장시켰다. 임정우가 1승에 그치고 박경수가 8월까지 1할대 타율이었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임정우는 신정락이 복귀하면서 불펜으로 갔지만, 박경수는 여전히 2루를 지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임정우는 선발진에선 고전했으나 불펜으로 돌아온 후 평균자책점 1.61로 맹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불펜 등판시 평균자책점 1.59로 롱맨 역할을 완벽히 수행 중이다. 박경수는 7월까지 타격페이스가 바닥을 쳤다가 8월부터 급상승했다. 8월 1일 넥센전을 기점으로 지난 10월 9일 KIA전까지 35경기서 타율 3할3리 출루율 4할2푼7리, 정상급 2번 타자로 활약 중이다. LG는 손주인이 3루를 맡으면서 박경수 외에는 안정적으로 2루를 맡을 내야수가 없었다. 양 감독은 최소실점을 위해 박경수를 2루수로 선발 출장시켰는데, 이제 박경수는 수비뿐이 아닌 타석에서도 팀에 큰 힘을 불어넣는다.
물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4경기만 치르면 페넌트레이스가 끝난다. 스나이더와 김선규는 남은 4경기에서 임정우와 박경수처럼 반전을 꾀해야 한다. 둘이 LG가 4위를 확정짓는데 보탬이 된다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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