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맛은 달콤했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하다.
유재학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3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을 79-77로 꺾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후 12년 만의 금메달이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6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의 한을 풀어낸 쾌거였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5월 중순부터 진천선수촌에 여장을 풀었다. 진천선수촌은 운동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운동 말고는 전혀 할 것이 없는 시골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은 약 140일 가까운 시간을 오로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셈이다.

선수들은 각종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 스페인 농구월드컵 출전,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녹초가 됐다. 하지만 쉴 수 있는 시간은 전혀 주어지지 않고 있다. 금메달의 기쁨도 잠시, 이제 프로농구가 개막한다. 소속팀으로 돌아간 선수들은 동료들과 손발 맞추기에 바쁘다. 금메달을 딴 후 정확하게 일주일 만에 프로농구 6개월 대장정에 투입된다. 살인적인 일정이다.
결국 탈이 난 선수가 나왔다.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31, KT)은 소속팀 복귀 후 무릎연골이 찢어진 중상이 발견됐다. 수술이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탈구된 상황에서도 출전을 강행했던 그다. 누구도 출전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이 빠지면 금메달을 딸 수 없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전창진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물론 좋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조)성민이 없이 어떻게 시즌을 치러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했다.
다른 선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시안게임을 치르며 만신창이가 됐다. 큰 부상이 없더라도 체력적으로 바닥을 보이고 있다. 싱싱하게 시즌을 시작해야 될 시기에 이미 몸은 전쟁을 치른 군인들 같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소속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축전력들이다. 자칫 무리한 출전을 감행하다 더 큰 부상이 오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팬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들이 곧바로 코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이는 프로농구 흥행의 기폭제와 같다. 다만 프로농구의 가장 큰 재산인 스타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제 기량을 내지 못하는 것은 큰 손실이다. 소속팀 감독들이 알아서 출전시간을 조절해줘야 하지만, 냉혹한 승부가 걸려 있어 쉽지 않은 부분이다.
앞으로 ‘제2의 조성민’은 나와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선수들을 혹사시킬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개막하는 프로농구가 명심해야 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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